올 주(株)파라치 40여명, '주가조작' 신고해 포상금 타갔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A씨는 고교동창 B씨가 명동사채를 끌어다 작전을 모의중이란 사실을 알게됐다. 돈을 대는 '쩐주'(錢珠), 작전을 지휘하는 '주포', 기획에 맞춰 주식을 매매하는 '사이드포'까지 구성이 완료돼 허위공시와 시세조종, 내부자거래를 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A씨는 이같은 사실을 한국거래소에 제보, 막대한 신고 포상금을 챙겼다.
'주(株)파라치'가 뜨고 있다. '주식'과 '파파라치' 합성어인 주파라치는 주가조작 전담 신고꾼을 일컫는 말이다. 조만간 최대 20억원까지 포상금 한도가 증액됨에 따라 주파라치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주파라치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주가조작과의 전쟁'에서도 큰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신고건수ㆍ포상금 늘어=27일 본지가 한국거래소 불공정거래신고센터에 의뢰해 포상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파라치는 지난 3년 동안 총 1776건의 신고를 했고 이중 109건(6.13%)이 '영양가' 있는 신고로 인정받아 포상금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타간 포상금은 총 1억733만원이다. 올해 3분기로 범위를 좁혀보면 포상금액은 4843만원. 건수로 따지면 42건이다. 올들어 40여명의 주파라치가 1인당 약 100만원 상당의 포상금을 챙긴 셈이다.
신고횟수도 대폭 늘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코스피 129건, 코스닥 315건, 파생상품 9건으로 총 453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360건에 비해 26%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4월18일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한도를 3억원으로 늘린데 이어 조만간 '로또' 수준인 20억원으로 대폭 상향이 예고되면서 주파라치들의 신고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방주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팀장은 "포상금 총액한도가 대폭 상향되면서 신고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내부자 거래에 의한 민감한 신고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보자 유형도 각양각색=물론 전체 신고건수 가운데 허수도 많다. 주식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보고는 '뭔가 이상하다, 주가조작 아니냐?'고 하소연하거나 공시에 뻔히 나와있는 사항을 신고하는 사례 등이다. 또 포상금을 거부하는 익명 신고도 있다. 거래소 측은 비밀 엄수를 원칙으로 삼아 신고자의 안전성을 보장하지만 신변 노출을 꺼려해 포상금액은 받지 않고 불공정행위만 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고건수의 절대량이 늘면서 '알짜 신고'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작전에 가담했다 변심해 불공정행위를 고발하는 신고도 접수됐다. 이 신고자는 증거자료가 될 만한 녹취록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본 등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해 고발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단일 건으로 역대 최고포상금액(2011년, 1150만원)을 기록한 신고는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조작 사건'이다. ELS가 개별주식의 변동폭에 따라 약정수익률 제공하는 상품임을 고려할 때, 증권사의 시세조정을 발견한 개인투자자의 신고가 빛을 발한 사례다.
증권방송 불공정 시세조정 행위도 마찬가지다. 방송을 통해 매수 추천을 한 다음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거두는 수법의 경우 매매분석으로만 잡아내기는 어려워 신고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포상금 제도는 '불공정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가조작행위를 잡아내는데 유용하다"면서 "감독기관에서 물리적으로 감시하기 어려운 부문을 투자자가 신고를 해줌으로써 신고제도가 유용성을 발휘할 수 있고 사회적 감시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상금 집행 어떻게 이뤄지나?= 포상금액은 시세차익의 규모, 가담인원의 수, 거래된 금액과 피해정도, 부당하게 취한 이익의 규모 등에 비례해 커지며 세율은 20%다. 매년 1월, 4월, 7월, 10월 지급된다. 포상기준은 소액포상과 일반포상, 특별포상으로 나뉘는데 소액포상은 세후 100만원 한도 내에서 이뤄진다. 예방조치요구, 심리 감리 의뢰 때 신고자에게 제공된다.
반면 일반포상은 사안이 중해 금융위원회에 통보되거나 검찰고발 등 증선위 조치를 비롯해 회원조치까지 가는 사안으로 세후 1억5000만원 한도 내에서 포상이 이뤄진다. 특별포상은 포상한도 5000만원으로 공고를 통해 중대한 불공정거래 관련 신고를 일정기간 내 접수해 심리나 감리 의뢰를 통해 포상하는 건을 뜻한다.
대체로 일반포상보다 소액포상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일반포상은 2건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3분기까지 7건으로 4건이 더 늘었다. 반면 소액포상은 지난해(45건)대비 올해 35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김수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부장은 "일반포상이 늘고 있다는 것은 유의미한 포상도 늘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제도의 취지대로 불공정거래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가조작 사건을 적발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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