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첫 승 키워드는 '측면'
[인천=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모든 준비는 끝났다. 홍명보 감독의 말대로 '한국 국적을 가진 가장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젠 호쾌한 골과 짜릿한 첫 승의 기쁨을 맛볼 시간이다.
대한민국 축구A대표팀이 6일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북중미의 복병 아이티와 평가전을 치른다.
홍명보호의 결의가 남다른 한판이다. 대표팀은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3무1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 수비와 공격 전개는 합격점을 받았다. 마지막 빗장을 풀지 못한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4경기에서 무려 58회의 슈팅을 때리고도 단 한 차례 골망을 갈랐다. 홍 감독조차 "선수들이 압박감에 휩싸일 것이 우려된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소속팀에선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골을 넣는 선수들인데 대표팀에선 유독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골 결정력이 우리 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이로 인한 압박감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된다"라고 털어놨다.
첫 승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앞선 네 경기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실험과 점검이란 명분이 있었다. 실망감을 잠시 접어둘 수 있던 이유다. 이번은 다르다. 최정예를 불러 모았다. 기존 K리그-J리그 선수들에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튼)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더랜드) 김보경(카디프 시티) 박주호(마인츠) 등 유럽파까지 총동원했다. 최강희 감독 시절 주장을 역임한 곽태휘(알 샤밥)도 합류했다. 알찬 내용 못잖게 시원스런 한방에 이은 승리가 있어야 한다.
상대 아이티는 약하지도 않지만 강팀도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74위로 한국(56위)보다 낮고, 올 시즌 A매치 전적은 1승1무7패. 6월 이탈리아(2-2 무), 스페인(1-2패)과의 평가전에선 비교적 선전했으나 지난 7월 골드컵에선 조별리그 최하위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사실상 1.5군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홍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지금은 분명 월드컵 본선을 향한 과정이며, 흔들림 없이 세운 계획에 맞춰 나갈 것"이라면서도 "이제는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줘야할 때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골과 승리의 열쇠는 측면이다. 아이티는 일단 피지컬과 스피드가 뛰어나다.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협회 관계자도 "선수들이 하나같이 '말근육'이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 좁은 지역에서의 수비와 역습 전개 능력이 좋고, 그만큼 중앙 수비 조직 능력이 탄탄하다. 비교적 공간이 넓은 측면에서의 날카로운 공격으로 균형을 무너뜨려야 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측면 공격이 강했다. 이번에도 출중한 날개 자원이 즐비하다. 오른쪽에 이청용 고요한(서울), 왼쪽에 손흥민 윤일록(서울) 등이 출전을 기다린다. 이근호(상주) 지동원 김보경 등도 측면 자원으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이들과 원톱-공격형 미드필더 사이 활발한 연계 플레이는 골 갈증을 해소해 줄 강력한 무기. 홍 감독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격 루트도 비슷하다. 원톱이 최전방에서 폭 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젓고, 이로 인해 창출된 공간을 2선 특히 측면 미드필더들이 파고들어 득점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제시했다. 홍 감독은 "양 측면의 간격을 좁힌다면 자연스레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에서 볼을 받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럴 때 미리 빈 공간으로 나와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수에게 특별히 위협적이지 않다"라며 "좋은 타이밍에 나와 공을 잡고 공격을 전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아이티는 중앙 수비 조직이 좋기 때문에, 측면에서 공격을 잘 풀어가 이를 무너뜨려야 한다"라며 "가운데 공간이 났을 때 이를 영리하게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선봉에 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표팀은 경기 전날 훈련에서조차 베스트11의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전 감독들은 통상적으로 자체 청백전에서 조끼를 입힌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운 반면, 홍 감독 취임 후 조끼는 그 의미를 잃었다. 특히 공격진은 지난 사흘간 훈련 내내 조합이 바뀌었다.
기존 틀을 유지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선 조동건 혹은 지동원이 원톱으로 나서고, 그 아래를 구자철이 받칠 것으로 보인다. 양 측면엔 손흥민(윤일록)과 이청용(고요한)이 출격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선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이근호와 김보경이 이들을 대체할 수 있다. 선수 면면을 봤을 땐 누가 나서도 이상할 것이 없다. 남은 건 노림수의 적중과 시원한 골 맛뿐이다.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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