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미봉책 일관' 일본,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지난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자신의 명의로 공물료를 봉납했다고 한다.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나라들을 의식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스포츠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다음 달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제12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자리에서 2020년 제32회 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로 도쿄가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팬들은 일본이 1964년 도쿄, 1970년 삿포로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각각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열었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은 1998년 나가노에서 두 번째로 동계 올림픽을 주최했다. 하계 올림픽은 아직 두 번째 대회를 유치하지 못했다.
1988년 대회 유치에서 나고야는 서울에 52-27로 대패, 쓴잔을 마셨다. 2008년 대회 유치에 나선 오사카는 1차 투표에서 6표에 그쳐 베이징(44표), 토론토(20표), 이스탄불(17표), 파리(15표)에 이어 꼴찌를 했다. 하계 올림픽 유치 3수에 나선 일본은 과연 그 뜻을 이룰 수 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40년 제12회 하계 올림픽은 그해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도쿄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1938년 카이로에서 열린 IOC 회의에서 도쿄는 개최 도시 자격을 잃었다. 회의에서 스스로 대회를 포기했다. 1938년 발발한 제2차 중일전쟁으로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지원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IOC는 유치 경쟁에서 도쿄에 이어 2위를 한 헬싱키를 대체 개최지로 결정, 1940년 7월 20일부터 8월 4일 사이에 대회를 치르도록 했다. 그러나 헬싱키 역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대회를 열지 못했다. 일본은 동계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40년 제5회 대회 개최권을 쥐고 있던 삿포로가 하계 올림픽과 같은 이유로 개최를 포기했다. 대회는 생 모리츠로 넘어갔다 가르미시 파르텐키르헨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취소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1948년 런던 하계 올림픽과 생 모리츠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일본은 전범국의 오명을 어느 정도 씻은 1959년 5월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다. 뮌헨에서 열린 제55차 IOC 총회에서 도쿄가 디트로이트, 빈, 부르셀 등을 제치고 1964년 대회의 개최지로 선정됐다.
1964년 10월 10일부터 24일까지 펼쳐진 도쿄 올림픽은 94개국 5천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선수들은 19개 종목, 163개의 세부 종목에서 기량을 겨뤘다. 대회는 유럽, 미국이 독점해 오던 올림픽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딛고 부흥하는 일본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도쿄 국립경기장은 그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일본은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준비에만 직간접으로 5억6천만 달러를 썼다.
대회에서 일본은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강세 종목인 유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 총 4개 체급에서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일본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5개, 동메달 8개로 미국, 소련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대회에 앞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북한 선수 6명과 인도네시아 선수 11명의 출전을 가로막았다. 이들이 1963년 11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가네포대회(The Games of the Emerging Forces, 신생국경기대회)에 출전해 IOC로부터 12개월 동안 올림픽 참가 자격을 정지당했단 것이 이유였다.
출전의 길이 막힌 북한 선수 중에는 가네포대회 3관왕이자 당시 기준 400m와 800m 세계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세계적인 육상 선수 신금단이 있었다. 북한은 이 문제를 앞세워 대회를 보이콧했다. 대회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아시아에서 열린 첫 대회에 분명한 흠집이었다.
총리까지 몸조심을 하며 두 번째 하계 올림픽 유치에 나서지만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은 그리 따뜻해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 각국은 일본의 우경화에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비롯된 안전 문제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재수에 나선 이스탄불과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 이어 또다시 올림픽 유치에 나선 스페인의 마드리드.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일본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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