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김학범 강원 FC감독이 10일 경질됐다. 올 시즌 들어 벌써 K리그 클래식 팀의 세 번째 감독 교체다. 지난 4월 당성중 대구FC 감독이 사임했고, 한달여 뒤 최진한 경남FC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유는 모두 성적부진.
공교롭게도 현재 최하위 네 팀 가운데 대전 시티즌을 제외하고 모두 사령탑이 물러났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시즌부터 본격 시작된 승강제도다. 사실상 상주 상무를 제외한 한 팀만이 강등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2.5팀이나 강등된다. 13·14위는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자동 강등되며, 12위는 챌린지 우승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K리그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시즌 도중 사령탑이 바뀐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허정무→김봉길), 강원(김상호→김학범), 전남 드래곤즈(정해성→하석주) 등 세 팀. 이들 모두 한 때 최하위까지 떨어지고도, 감독 교체 후 반전에 성공하며 1부리그에 잔류했다. 반면 최만희 감독을 끝까지 믿었던 광주FC는 '강등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감독 교체는 시·도민 구단에서 더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제껏 K리그는 시즌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승강제가 생기며 달라졌다. 특히 모기업 지원이 없는 시·도민 구단은 2부리그로 추락할 경우 스폰서 유치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열악한 재정 탓에 당장 전력 보강 및 분위기 전환을 위한 선수 영입도 어렵다. 결국 시·도민구단은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 감독 교체의 칼을 뽑아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인 문제 탓이다. 당장 강원의 경우 경영난이 심각하다. 당장 선수들에게 연봉 외 승리수당을 지급하기도 빠듯하다. 무승부 수당도 없어졌다. 선수들의 사기도 자연스레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또 시·도민구단은 시즌이 끝날 때마다 주축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거액의 이적료에 팔려 나간다. 감독 입장에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 결국 긴 호흡을 갖고 팀을 성장시켜 나갈 장기적 계획이 불가능하고, 자칫 성적이 다시 떨어질 경우 김학범 감독처럼 '파리 목숨'으로 전락한다. 최진한 감독 역시 2010시즌부터 3년 간 경남을 모두 8위 이상으로 이끌고도, 올해 부진을 이유로 사임하고 말았다. 감독이 자주 바뀌는 만큼 팀도 정체성이나 방향성을 가지기 어렵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승강제 도입으로 인해 달라진 환경 속, 이젠 근본부터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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