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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TCI 편지 한장에 갈림길에 선 佛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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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체 EADS에 경쟁사 다소항공 보유지분 46.3% 처분촉구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행동주의 헤지펀드 TCI때문에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곤란한 처지가 됐다. 방산업체 EADS에 다소항공 지분을 팔 것을 촉구한 게 계기가 됐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지펀드 TCI는 EADS 톰 엔데르스 최고경영자(CEO)에게 최근 서한을 보내 다소항공 지분 46.3%를 처분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현 시가로 따져 40억 유로어치로 TCI측은 “다소지분 보유는 EADS 자본을 형편없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TCI는 다소의 지분구조 탓에 주가가 낮다면서 EADS의 보유지분은 50억 유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TCI의 서한은 EADS가 최근 사명을 에어버스로 고치고 계열사를 3개로 조정해 상업용 항공기에 집중하려고 하는 때 전달됐다.


다소항공은 팔콘 비즈니스 제트기와 프랑스의 주력 전투기 라팔을 생산하는 업체다. 다소가문의 지주회사인 다소그룹이 50.6%로 과반이상을 보유하고 기타 주주들이 3.1%를 보유하고 있다.


EADS는 46.3%라는 엄청난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소주주에 지나지 않는다. 다소가문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투자로 별로 얻는 게 없다. 더욱이 EADS는 라팔과 경쟁하는 전투기인 타이푼을 생산하는 컨소시엄의 최대 참여업체다. 경쟁사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EADS가 다소항공에 투자한 것은 방산업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의중이 실렸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프랑스 정부는 EADS지분을 12% 보유한 대주주다. 독일과 스페인도 각각 11%와 4%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73%를 기타주주들이 갖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대주주인 EADS는 다소항공의 주식을 보유하고 다소항공은 다른 방산업체 탈레스의 지분 26%를 갖고 있다.프랑스 정부는 탈레스 지분 27%를 직접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TCI가 Eads에 지분매각을 촉구한 것은 프랑스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서한을 ‘프랑스 사회당 정부를 잘 조준해 던진 수류탄’이라고 평가했다.


TCI의 요구는 절묘한 순간에 이뤄졌다. 엔데르스는 최근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정부의 비토권을 없앴다. 그래서 EADS 내부에서는 다소지분 매각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EADS 대변인도 5일 “우리 전략의 중심은 효율적인 자본배정과 주주가치 창출”이라는 말로 이를 대신했다.


그래서 TCI도 EADS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하기보다는 ‘친근한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TCI의 벤 워커 파트너가 “엔데르스 CEO와 하랄트 빌헬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격찬한 것은 좋은 예이다.

공은 프랑스 정부 쪽으로 넘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전투기 구매대수를 축소할 정도로 재정부족을 겪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라팔 전투기를 66대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6대로 크게 줄였다. 정부 구매량이 줄면 다소항공의 매출이 영향을 받고 이는 곧 주주인 EADS의 손해로 귀착된다. TCI가 지분을 팔라고 하는 이유다.


프랑스 정부가 돈이 없는 만큼 TCI는 보유지분 공개매각(상장)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상장물량은 전체의 3% 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경쟁사의 지분이 줄어드는 것을 다소항공도 싫어할 리 없다.


EADS 가 다소지분을 팔면 수입이 생겨 프랑스 정부는 재정운용에 숨통을 틀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방산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재정수입을 확보하든가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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