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DNA]문화재 工事, 장인들 말이 안먹힌다
명인명품(2) 겉도는 지원책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설계사무소에서 나온 감독자가 장인들과 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 설계도만 보고 기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옛 장인들은 체화된 기술로 설계도 없이 수준 높은 복원기술을 자랑하기도 했는데, 요샌 행정이나 관리가 강조되다 보니 장인들의 전통기법이나 기술이 경시되는 느낌이다."(이근복 번와장)
"최소 15년은 수련과정을 거쳐야 문화재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인내와 끈기가 굉장히 요구되는데, 어느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불안한게 사실이다. 그래서 도중에 그만두는 이들도 많다. 단청의 경우는 천연재료가 가진 독성 때문에 늘 알레르기 병을 몸에 달고 산다. 눈도 안 좋아진다. 하지만 늘 우리 그림을 그린다는 자부심으로 여기에 빠져 살 수 있는 거다."(김현자 단청장)
대중가요로 번진 한류 바람이 우리 전통문화에도 훈풍을 가져다줄까? 하지만 여전히 극복할 산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전통문화'를 구현하는 장인들에 대한 대우는 매우 미흡하다. 여러 고충들이 장인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문화재 인력은 현장에서 수리기술자와 수리기능자로 나눠진다. 여기서 '기능자'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인에 속한다. 기술자의 경우 공사현장에서 관리감독하는 이를 뜻한다. 입찰에 의해 문화재 관련 설계사무소가 용역을 받으면, 이 사무소에서 감독자와 장인을 정해서 일을 진행한다. 한데 다양한 종목의 장인들이 "자신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한 장인은 "설계사무소에서 실력이 검증도 안 되는 기능자를 뽑아 엉터리로 괘불을 복원한 사례도 있다"며 "비용을 적게 들이기 위해 이처럼 잘못을 범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리기술자와 수리기능자의 자격은 일정한 자격증 시험에 합격해야 인정을 받는다. 주로 수리기술자는 각 종목 당 문화재 수리의 이론적 배경에 대한 시험을 치르며, 수리기능자는 실기시험 위주로 종목별 전통 기술을 평가받는다. 그런데 향후 전체를 관리감독해야 할 수리기술자는 현장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장인들 중에는 어느 정도 기술을 파악하고 있는 이들에게만 수리기술자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자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적인 불안정성도 장인과 후학들의 큰 고민거리다. 일단 수련과정에서도 소득이 변변치 못하고 수련이 어느 정도 된 후 현장인력으로 투입되더라도 날씨, 계절, 경기 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분야가 바로 문화재 공사다. 더욱이 후학들이 장인들의 일을 도와가며 배우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는 것도 전통기술을 잇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통건축 분야에서 대목으로 일하는 한진석씨는 "전통 집을 짓는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배우겠다고 찾아오더라도 1년도 채 안 돼 그만두는 예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근복 번와장도 "현장실습에서 기능인 후학이 보조일을 맡을 땐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심사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기능인을 뽑아 일정정도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가지면서 지속적으로 기술을 학습하게 하고 이들이 나중에 후학을 길러내는 선순환적인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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