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업을 대표해 모인 관계자들의 속내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외환위기 직후 금 모으기에 동참했던 심정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는 윤 장관의 호소에 기업 관계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공장가동을 멈출 순 없다"는 기업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임원들은 윤 장관과의 대화에서 "업종 속성상 가동조정이나 전력 절감이 쉽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절전의 공이 산업계로 넘어온 상황에서 각 기업이 내놓은 대책은 '절전의 생활화'다. 이날 각 기업들은 사내 절전 캠페인, 냉방온도 절수, 계획정전 등의 절전안을 제시했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직원들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려도 에어컨 사용은 언감생심, 자연광에 의지해 업무를 보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원전 부품 비리를 조기에 잡지 못한 정부가 기업에 책임을 전가(轉嫁)하는 바람에 애먼 직원들만 고생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적어도 내년 여름엔 이런 상황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윤 장관의 약속이 내년엔 꼭 지켜지기를 바라는건 기업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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