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우상건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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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는 광명역 플랫폼에서 목포행 KTX를 기다린 적이 있다. 며칠전 울산 출장 때는 집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 고속철도 전용선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호남선은 기존 선로를 이용해 가야 하고 이로인해 시간이 더 걸리기에 좀더 일찍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승용차를 운전해 예측불가능한 교통체증이나 졸음운전과 싸우며 출장을 다니던 신입사원 때와 비교하면 KTX는 분명 혁명이라 할만하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변화시켰으니 그렇게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KTX로 갈 수 없는 곳이 많아 더 노선이 확충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자주 이용하는 역사들에는 곳곳에서 철도 민영화 관련 뉴스나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통폐합 관련 플래카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보노라면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혼란만 가중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용요금이 인하되고, 좀더 나은 열차 내에서 부가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편리한 철도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세금이 재원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들의 세부담 증가가 필요한 것이어서 달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공공재산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인 철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수서역을 기점으로 하는 KTX 신설 노선의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요금 및 특혜시비문제와 삼성역까지의 연결을 둘러싼 갈등,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과의 상하분리체제를 둘러싼 논쟁 등을 보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다름아닌 논쟁의 중심에 철도 이용자인 고객이 배제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 때문이다.


논쟁의 당사자들은 나름 고객과 국민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철도이용자인 고객입장에서는 좀 더 낮은 이용요금을 통해 KTX의 문턱이 낮아지고, 안락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등 이용자 편익이 증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공기업인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에 투입되는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국민의 입장은 반영돼 논의가 되고 있느냐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호남고속철도가 완전 개통되는 2015년에 철도시설공단의 부채 규모가 거의 2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한 해 5000억원이 넘는 운영적자가 발생하는 철도공사의 부실화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향후 더 큰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다. 이를 위해서는 1899년 우리나라의 철도산업이 경인선 개통으로 태동한 이래 114년 동안 지속되어온 독점운영의 틀을 깨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독점시장 형태이던 항공산업이나 통신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후 비약적으로 시장규모가 커지고 발전하는 개선효과를 차치하더라도 철도산업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보다 나은 고객 서비스 향상과 이용요금의 인하 및 이용객 증대라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말이다. 철도공사의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철도 이용 수요라는 파이를 키워 선로 사용료가 증대되면 철도시설공단의 부채를 조금이나마 경감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추가 건설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게 된다. 결국 이런 효과들이 국민 모두에게 철도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철도산업의 발전을 염원하는 모든 철도산업 종사자들의 진정성을 전달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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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KTX 개통에 맞춰 많은 논의와 숙고 끝에 도입된 상하분리체제를 몇몇 단점만을 부각시켜 폐지하고 상하통합체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프라와 운영간의 연계성 문제 등 보완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점들이 많아서다. 관제권 독립, 유지보수 분리, 철도 민영화 등 강력한 상하분리체제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긴 했어도 철도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영국이나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철도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상하분리체제가 아직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아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보완과 개선을 통해 시설은 국가가 소유·투자하고 운영은 경쟁체제 등을 도입하여 철도 경쟁력을 제고할 때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돼야만 이용자이자 진정한 주인인 국민에게도 더욱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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