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기업시대.. "생존 비결은 콘텐츠"
[책을 지키는 사람들]1인 출판기업가 '꿈의 지도' 김산환 대표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출판산업의 위기다. 골목서점 폐업이 속출하고, 성인들도 더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출판산업은 그야말로 출구가 없는 상황이다. 출판 산업 생산기반 또한 예외 없다. 지난해 출판협회 동록업체 3만5000여개 업체 중 일년동안 책 한권도 출판하지 않은 곳이 93.1%를 기록했다. 업계는 출판한 실적을 갖춘 업체라도 70% 가량은 1인기업인 것으로 추산한다. 가히 1인 출판기업 시대다. 현재 이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여행ㆍ레저 관련 전문 출판사 '꿈의 지도'의 김산환 대표(45)도 생존과 싸우는 1인 출판기업가다. 그는 여행가, 저술가, 출판기획자이자 여행ㆍ레저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 그는 지난 94년 대학을 졸업한 후 여행 전문지 '사람과 산'에서 3년간 기자로 일했다. 이후 여행 전문가로 캐나다 로키산맥 및 남미 종단, 알래스카 횡단, 시베리아 횡단, 네팔 여행, 태즈메니아 여행, 체게바라 루트 등 테마별로 적게는 석달, 많게는 일년 이상 세계를 누비며 여행과 탐험을 펼쳐왔다.
여행이 출판으로 이어진 것과 관련, 김 대표는 "거대한 자연과 야생에서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만나면서 비로소 '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며 "여행에 관한 기록이 쌓이다보니 책을 출간하자는 요청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수많은 여행 중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스웨덴 여학생과의 만남은 가장 인상 깊다. 스웨덴 여학생 세명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미 여러 나라를 거쳐 안티구아에 이르러 한달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한달은 여행을, 한달은 봉사하며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여학생들이 인생의 진로를 확정하기 전에 먼저 여행을 통해 '배움'과 봉사를 추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그들은 뛰어난 희생성을 지녔고, 여행에서 타인과의 협력에 익숙해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우리 학생들은 몹시 각박하다. 고등학교 시절엔 입시 지옥에, 대학생이 돼서도 취업 준비로 청춘을 탕진할 지경이다. 배낭여행을 하기는 하지만 봉사나 진로에 대한 모색이 아닌 여행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심정들이 그를 출판산업 최전방으로 이끌었다.
그가 여행 전문 출판가로 나선 지 3년째, 지금까지 29종의 여행서적을 출판했다. 특히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책 한두개 내놓고는 문을 닫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를 감안하면 1인 출판가로서는 괜찮은 실적이다. 29종 중 6종은 직접 썼다. 꿈의지도에서 출간한 책 중에서'오토캠핑 탐구생활', '소중한 나를 위한 기막힌 여행', '명품 올레 48', '청춘 내일로', '대한민국 캠핑장 602' 등은 출판과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다루는 주제는 주로 '트래킹'과 '캠핑'으로 가족들이 어울릴 수 있는 야생에서의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공정여행 즉 돈을 들이지 않는 여행이다. 최근엔 '힐링'이라는 주제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9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나오는 여행전문지 '트래블러'에 실린 '평생 죽기전에 가봐야할 50곳'이라는 특집을 본 것이 여행 출판의 계기가 됐다. 올해부터는 '레이지 홀리데이'라는 기획 출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많은 여행가들을 지원하는 일도 병행한다. "여행서적 중 바른 여행, 배우는 여행,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행을 담은 책이 좋은 책"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1인 출판기업 형태지만 결코 1인 형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는 "출판계는 제본, 디자인, 출판기획, 마케팅 등이 다 분화돼 있다.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1인이래도 출판을 영위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집중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펼치지는 못 하는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책 즉 종이로 전달된 정보는 더 신뢰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좋은 책은 시장 변화에도 살아 남는다. 콘텐츠를 잘 생산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사무실은 파주 문발 출판단지내에 있다. 1인 출판기업으로 각종 지원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파주 출판단지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출판클러스터를 형성, 1인기업이 활동하기에 양호한 환경이다. 그는 "간혹 독자가 적다해도 꼭 내야하는 책이 있다"며 "기업의 영속을 위해 상업성과 유익성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항상 고민거리"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더 근원적인 어려움도 있다. 출판산업 전반이 공멸 위기인 현재의 상황이 그에게만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1인 출판기업으로서 생존 위협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는 "당분간 시장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지식산업은 특성상 단숨에 인위적인 부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의 위기는 곧 지식의 위기에서 지성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판 현실과 관련, "정부나 정치권도 출판산업으로부터 이미 등을 돌린 상태다. 올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출판진흥기금 500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 한 예"라며 "독서문화, 출판산업 회생하려면 종사자는 물론 운동가, 기획자, 학자, 정치, 정부 관료가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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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판 위기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치명적인 문화 위기로 이어질 태세다. 올해 독서문화진흥법에 의해 제 2단계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4∼2018년)과 제2단계 도서관 발전종합계획(2014∼2018년) 수립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독서 및 출판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종사자, 학자 등의 몸부림도 처절한 상태다. 획기적이며 발전적인 전략이 마련해야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그 또한 산업종사자로 절박함은 마찬가지다.
그는 "독서문화를 정비하고, 서점에 생기를 불어넣고, 출판종사자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는 대형출판사들도 살아남기 어렵다. 도서정가제의 확립, 지원 확대, 유통망 정비 등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출판인 스스로 제대로 된 콘텐츠를 발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책을 지키는 지름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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