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요즘 한 방송국에선 'K팝-코리아'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슈퍼스타 K' 이후 신인 가수 지망생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정착된 양상이다. 다른 방송국은 물론 케이블 방송조차 간판 프로그램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세를 이룬다.


현재 'K팝' 무대영상은 온라인 조회 수가 총 '1억 회'를 넘어섰으며 한 10대 참가자의 무대 영상은 공개 하룻만에 유튜브 100만 뷰를 돌파할 만큼 인기다. 시청률도 동시간대 방송된 경쟁 프로를 가볍게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횟수를 거듭할수록 주말마다 TV앞에 앉아 있는 청소년이 늘었다. 헌데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다. 바로 5060세대도 불편을 감수하고 청소년인 자녀들 곁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다.


5060세대 중에는 "지금과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은 우리 때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노래와 춤, 작곡 솜씨가 가수 이상인 청소년이 수두룩할 뿐 아니라 당당한 태도에 놀란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왜 5060세대는 놀이판의 주인공인 1020세대를 놀라움, 상상밖의 일로 바라보는가 ?" 1020세대의 놀이판을 5060세대가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기성가수와는 다른 아마추어의 신선함, 1020세대의 발랄함, 경쟁이 주는 긴장감, 예능적 요소 혹은 그들의 문화 향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위안과 불편함, 놀라움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과거 5060세대는 외국 팝송과 할리우드 영화속에서 살아왔다. 교복, 두발 등 천편일률적 복장, 교련 교육, 행사장 집단 동원 등 감시와 규제에 시달리면서도 그들 나름대로 문화적 생산자 역할을 했지만 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이다. 지금 대중음악세계에선 1020세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1990년대 초반 '오렌지족'으로 불렸던 '강남키드'인 3040세대들은 음악산업의 전면적 권력자다. 특히 대중음악에서 기획ㆍ제작 분야를 좌우할 정도로 주도권을 행사한다. 게다가 아이돌을 육성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아예 이들은 K팝을 들고 해외로까지 달려가는 중이다. 여기에 5060세대가 서 있는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나도원 음악평론가의 설명이다.


5060세대는 표현의 자유를 열망하며 싸워온 세대다. 각종 심의로 난도질 되거나 금지된 노래를 부르며 구석진 곳에서 우울함을 달랬다. 70, 80년대 청년기를 보낸 그들은 통기타와 청바지, 장발에 파묻혀 기성문화에 대항하느라 허덕였다. 반면 후배인 3040 세대는 청소년 시절 '강남오렌지족'으로 살며 먹고 마시고 놀았다. 지금 놀이판 주인 노릇을 한다. 여기에 1020세대마저 춤추고 노래하고 맘껏 표현한다. 그 자리에 경제력과 기성체제의 인프라를 다 가진 5060세대는 끼어 있지 않다.


나도원은 "결국 놀 줄 모르는 것과 놀 줄 아는 것의 차이가 놀이판에서 스스로의 부재를 확인, 복잡한 감정을 드러나게 한 원인"이라며 "젊은 세대는 그저 신난 표정이지만 기성세대는 놀라움과 위안, 불편함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5060세대가 위안을 갖는 이유는 '경쟁의 진화'에 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자연 진화가 최상만 생존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최악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펼쳐진 것처럼 서바이벌 오디션은 1등만 남기고 나머지는 한꺼번에 탈락시키는 과거와는 다른 경쟁의 진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서바이벌 경연장에서 탈락한 사람도 자신의 음악성을 선호하는 수요자를 통해 별도의 생존 공간을 마련해 가는 모습이 특기할만하다"고 덧붙였다.


70∼ 80년대, 가수 지망생은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등 선발 대회를 통해 무차별적인 경쟁을 치룬 후 금, 은, 동으로 메겨진 순서에 따라 데뷔했다. 일종의 선착순 방식인 셈이다. 여기서 금메달에겐 온갖 조명이 쏟아지고 데뷔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은메달부터는 그저 그런 상패 하나 쥐어질 뿐, 다 떨어진 것과 같다. 지금의 서바이벌 오디션은 매회 한명씩 떨어뜨리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금ㆍ은ㆍ동으로 줄세우는 과거의 획일적 경쟁, 즉 1등주의를 지양하고 있다.


또한 SNS 등을 통해 음악 수요자도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경쟁도 공개적이다. 탈락자라도 그들의 수요자를 따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실례로 서바이벌 오디션 예선 과정에서 나온 노래조차 하루 아침에 유튜브 상에서 1백만뷰를 기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데뷔 그 이상의 성과를 얻는 셈이다.


경쟁을 진행하는 동안의 스토리텔링도 과거와는 판이하다. 참가자의 음악적 성취도는 물론 음악을 추구하는 내력, 가정 환경 등 음악 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 수요자의 공감을 유도한다. 음악 외의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 역시 예전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환경 변화는 삶의 경쟁이 여실히 노출된 채 살면서도 음악으로부터 소외된 5060세대로 하여금 서바이벌 오디션같은 놀이판에서 위안 혹은 대리만족을 얻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5060세대가 맨 몸으로 부딪혀 싸운 결과 이후 세대들이 더 진화된 놀이판을 갖게 됐다는 위안도 포함된다.


평가에는 막전ㆍ막후의 기획ㆍ제작자들도 예외 없다. 자신의 노하우, 프로덕션 및 매니지먼트 능력을 음악 수요자들로부터 함께 평가받는다. 이 또한 경쟁의 진화로 받아들여진다. 쌍방향성 검증과정 등 새로워진 내용과 형식도 마찬가지다.


위안 거리는 또 있다. 90년대 이후 음악시장에서 가수 발굴 시스템은 기획ㆍ제작사에 의한 연습생 육성 방식 일변도였다. 여기에 시장에서 스스로 육성된 가수 지망생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서바이벌 오디션이 등장, 발굴 시스템의 새로운 축으로 작용한다.


그간의 연습생 육성 방식은 획일적이면서 수많은 문제를 낳았다. 바로 저작권 배분, 계약 불평등, 일부 스타의 몸값 과잉, 미성년자의 상업적 공연 과잉 등이 그것이다. 서바이벌 오디션은 이런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5060세대로 하여금 놀줄만 아는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실마리다.


연습생 육성 방식의 실태와 문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연습생으로 발굴된 가수 지망생은 기획ㆍ제작사의 사전 기획에 의한 조기 발굴- 장기 훈련-데뷔라는 기존 공식을 통해 아이돌스타로 발돋움한다.


우리나라의 아이돌 그룹 현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강세다. 그 배경은 한국 시장이 음반ㆍ음원시장을 통한 수익 확보가 취약하다는데 있다. 일본의 경우 CD, 음반 판매는 물론 음원 판매로 인한 수익이 많다. 복제가 불가능한 사회구조와 풍부한 수요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기업 혹은 기획ㆍ제작사가 아이돌그룹 등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욕구가 적은 편이다. 한국의 음악시장은 거의 공짜 수준이다.


정보통신정책 연구원의 '온라인 음악시장의 변화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2월 멜론뮤직 요금 기준으로 PC, 스마트폰으로 무제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월 3000원이다.


디지털 음원의 경우 다운로드 시 한곡당 600원 꼴이다. 그러나 많은 곡을 받게 되면 가격은 더 싸진다. 150곡을 월정으로 다운로드 받으면 가격은 곡당 6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는 거의 공짜다. 나도원은 "아이돌 그룹 강세는 불평등한 음악 수익 배분 구조를 회피하려는데서 나타난 한국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또다른 특수한 한국적 환경이 작용한다. 한국의 경우 미성년자를 훈련, 데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매우 어렵다. 영국의 경우 1963년 '아동 및 미성년자에 관한 법'이 제정됨에 따라 미성년자가 공연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미국에서도 미성년자의 성인 연예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스로 육성된 가수 지망생을 발굴해 이들로부터 취득한 음원을 소비자들에게 바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프로덕션을 위한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자기육성체계-시장 탐험형) 일본의 경우 가수 지망생들을 발굴해 이들의 음원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되 시장의 반응에 따라 이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점진적 자기육성체계-준 육성 탐험형).


반면 우리나라는 유망 가수 지망생을 발굴해 캐스팅-훈련-기획 제작-관리(매니지먼트)라는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육성한 후 이들에게서 취득한 음반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훈련을 위한 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체계다.(집중적 육성체계-육성탐험형)


이렇게 한국적 상황에 의해 육성된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극히 짧다. 영어로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은 우리나라에선 청소년에게 인기 많은 댄스가수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돌 그룹은 수명이 짧은 이유는 팬들의 기호가 변화무쌍해서다. 또한 한국의 아이돌은 지나치게 댄스 위주로 육성되는 등 상업적 목적이 뚜렷하다.


'사육된 청소년'인 아이돌이 제작사의 기획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유는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 부재에서 생겨난다. 서바이벌 오디션은 시장탐험형+육성탐험형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에 천편일률적 사육 문제를 줄여주고 있다.


다양한 발굴 방식을 통해 폭넓은 음악성이 나타나야 'K팝'의 수명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개혁에 5060세대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3040세대도 고민해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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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세대들은 문화판을 열기 위해 척박한 환경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다. 그 노하우가 3040세대의 능력이 합치돼야 제대로 된 음악 유산 축적 및 세대간 통합 가능성도 열린다. 따라서 서바이벌 오디션에 5060세대도 함께 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단서다. 즉 5060세대가 문화생산자로 시스템 개혁에 참여할 공간이 엿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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