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를 사는 공무원들은
'朴地不動' 공무원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5년에 한 번, 정권 교체 시기마다 대혼란을 겪어야 하는 운명의 공무원 집단. '박근혜 시대'에 막 들어선 공무원들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 당선인의 '퍼즐 맞추기'를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부처 개편은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세종시 이전 이슈가 겹치면서 3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 중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A부처 고위 관료의 이런 토로는 실제 관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 '원칙'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서 다른 부처 고위 공무원은 "앞으로도 큰 잡음을 내지 않는 선에서 장관 등의 후속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최대 작품이자 '공룡 부처'가 된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관 있는 부처 공무원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근무하는 B공무원은 "방통위는 사실상 방송규제위원회로 축소되는데 누가 남으려 할 것이며,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더라도 세종시로 가는 건 겁이 난다"고 말했다. 같은 곳의 또 다른 C공무원은 "조직 개편 자체는 잘 됐다는 판단"이라며 "기초과학 분야는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은 발전 속도가 빨라 미래창조과학부 내에서 성과도 도드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과학기술부의 D공무원은 "과학은 장기적인 긴 안목의 정책이 필요한 데 반해 ICT는 빠른 대책과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며 "모든 의제에서 과학이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출신의 지식경제부 E공무원은 "5년 전 없어졌던 정통부가 다시 부활한 느낌이지만 5년 뒤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또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불안감이 짓누른다"고 털어놨다.
정통부처럼 정권 교체 때마다 다른 부처와의 통합ㆍ분리를 반복한 대표적인 곳은 국토해양부다. 해양수산부 부활로 새 정부에서도 이산가족이 됐다. 국토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F공무원은 "공직 사회에서 지속가능 체제가 요원해지고 있다"며 "조직 개편은 중장기적인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별 다른 조직 변화가 없는 금융권의 공무원들은 '불확실성'에 몸을 떨고 있다. 금융위원회 G과장은 "세종시로 가지 않게 된 점은 마음이 놓이지만 우리 조직이 새 정부에서 어떤 일을 맡을지 불투명해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고만 있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특유의 '관망 모드'를 고수하는 이도 많다. 고용노동부 H국장은 "현재로선 새 정부의 공무원에 대한 태도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며 "초기 이명박 정부처럼 공무원을 적대시할 지, 아니면 개혁의 동반자로 생각할 지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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