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진보는 빨갱이' 해방공간 친일세력이 써먹던 공격語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지난해 한중일 3국 모두 정권이 교체되며 동아시아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다시 격동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것은 보수정권의 득세다. 일본에서는 A급 전범으로 분류되는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인 극우파 아베 신조가 총리직을 맡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6년에도 총리직에 올랐지만 과거사 부정과 관련된 논란으로 사임했었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뚜렷한 보수화 경향을 보여주는 동아시아의 과거와 미래는 어디에 놓여 있는 것일까
사실 우리는 동아시아를 잘 모른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무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거론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 '다카키 마사오'는 토론 직후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로 뛰어올랐다. 그만큼 지금 대중에게 낯설게 들렸다는 얘기다. 아직도 친일파 청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의 근현대사는 그저 미지의 영역으로만 남아 버렸다.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의 장점은 과거와 현재를 두루 이으려는 시도다. 단순히 눈 앞의 현상만으로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관계맺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특히 한국사회의 모순은 일제강점기 시대 배태된 것으로 역사를 모르고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먼저 살핀다. 골수 친일파들은 살아남기 위해 해방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그 뒤에 숨는다. 프레임 조작은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며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결구도로 이어졌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극단에 놓인 것인 양 호도한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는 집단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붙이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각은 그야말로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역학관계를 뒤에서 조종해 온 미국의 실체를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감사의 대상이며 선한 우호국으로 나타난다. 과거 중국에게 복종하던 사대주의자들은 이제 미국을 '중원대륙'으로 삼았다. 이런 시각으로 '새 판'을 짜기란 불가능하다. "인조 때의 재조지은('나라를 다시 만들어 준 은혜'로 당시 소중화사상을 뒷받침하던 이데올로기)이 대명 사대주의를 매개로 한 서인 반정 세력의 사회적·경제적 기득권 지키키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듯이, 현대판 소중화주의자들의 재조지은도 그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희생되는 것은 아무런 기득권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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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현재 동아시아 국가 사이에 놓여 있는 현안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일본군위안부와 영토분쟁 등 현안에 대해 통사적 시각을 제시하며 역사적 에피소드와 저자의 경험이 어우러진 에세이로 구성돼 더 흥미롭다. 어쩌면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역사의식'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담긴 책이다.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한승동 지음/마음산책/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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