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딸 손뗀지 1년, 그 빵집 새주인은 또 다른 대기업
[동네빵집, 다시 상생의 길을 묻다](하)규제만 하면 끝?
-포숑 7개 매장, 그자리 그대로
-아티제는 1년전 보다 더 늘어
-골목제과점 "땅짚고 헤어치기" 규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16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1층에 위치한 포숑 매장. 지난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손녀 장선윤씨가 재벌가 딸들의 빵집 논란에 밀려 사업을 철수했지만 매장은 주인만 바뀐 채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크루아상은 개당 2600원, 조각케이크는 4500~6000원이고 식빵도 5000~6000원대다. 동전만 한 초콜릿은 개당 2000원 수준으로 일반 제과점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고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매장 직원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다양한 디저트를 맛보고 싶어 하는 고객은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대기업이 빵집까지 운영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여론이 거세져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겠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는 아티제에서 손을 뗐고, 정성이 이노션 고문도 베이커리 오젠의 문을 닫았다. 재벌가 딸들의 빵사업이 막을 내리고 1여년이 지난 현재, 과연 동네빵집의 숨통은 트였을까.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1층에 위치한 포숑 매장. 지난해 롯데그룹 회장 장손녀 장선윤씨가 재벌가 딸들의 빵집논란에 밀려 사업을 철수했지만 매장은 주인만 바뀐 채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티제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사업 철수를 발표한 지난해 4월 27개에서 2013년 1월 현재 33곳으로 오히려 매장 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곳은 지난달 21일 오픈한 분당정자점. 이 매장은 아티제 분당서현점과 직선거리 3㎞ 내에 위치해 있다. 호텔신라가 손을 뗐어도 아티제 매장이 증가한 이유는 사업권을 쥔 새로운 주인이 매장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301억원에 보나비 지분 전량을 대한제분에 넘겼다. 대한제분은 연 매출액 7000억원을 올리는 밀가루업계 빅3. 아티제는 이런 새 주인 밑에서 8개월 동안 매장 6개를 더 늘렸다.
포숑은 세계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의 한국판매사 영유통과 연 매출 1조원을 올리는 매일유업에 각각 지분을 50%, 30%씩 넘긴 이후 현재 서울 본점과 잠실점, 영등포점, 노원점, 부산 본점, 대구점, 분당점 등 7개 매장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일유업은 포숑 지분 인수 후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바셋에 포숑의 일부 제품을 디저트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에서 사이드메뉴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포숑의 디저트제품을 일부 판매하는 식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당시 재벌가 빵집 철수를 반겼던 골목상인들도 결국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시흥동 동네빵집 상인은 “영세상인들이나 하는 빵집까지 대기업이 한다고 할 때 규제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재벌이 제빵업에서 손 떼긴 했지만 정작 우리 같은 동네빵집에까지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요새는 불황 때문에 매출도 줄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사무국장은 재벌 딸들의 빵집 철수에 대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의 폐단을 없앴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결국 대기업에서 다시 대기업으로 사업권이 넘어간 것은 아이러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당시 아티제나 포숑이 사업을 철수토록 한 것은 대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려고 했던 건데 결국 대한제분, 매일유업과 같은 대기업이 그 자리를 꿰찼다”면서 “제빵전문기업도 아닌 대기업이 다시 빵사업을 하게 된 것으로 대기업끼리 바통터치만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포숑, 아티제를 인수한 기업들은 제빵사업이 신규사업 아니냐”면서 “기본적으로 인수를 하는 이유는 사업확장을 위한 것이다. 롯데와 삼성이 빵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이들 브랜드는 대기업의 운영하에 매장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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