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빵집전쟁··누군가는 웃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동네어귀마다 자리잡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던 정겨운 느낌의 빵집들이 두패로 나눠 난데없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똑같이 제과협회에 소속된 빵집들로 모두 자영업자들인데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중소규모 프랜차이즈ㆍ동네빵집들로 나뉜 것이다.
발단은 빵집들의 연합단체인 제과협회가 중소규모 프랜차이즈ㆍ동네빵집 회원들의 요구만 수렴, 이달 초 기자회견을 열고 제과 제빵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제과협회에 소속된 프랜차이즈 빵집 주인들은 협회가 중소규모 프랜차이즈ㆍ동네빵집 편을 들어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협회가 둘로 쪼개지기 직전인 상황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안한 일이다. 제과협회는 동네 빵집들과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모두 회원으로 속해 있는 단체다. 결국 모두 자기 손가락들인데 오른손 살리자고 왼손을 죽여 달라는 요청을 한 셈이니 프랜차이즈 빵집 주인들이 열을 내 들고 일어서는 게 당연하다.
싸움의 시작도 석연치가 않다. 곰곰히 따져 보면 이번에 일은 협회 측이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회원사 모두의 의견 수렴 없이 상당부분 미심쩍게 진행했기 때문에 벌어진 경향이 강하다.
프랜차이즈 빵집 가맹점주들의 주장을 들어 보면 제과협회측이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할 당시 자신들은 철저히 배제 돼 있었다고 한다. 협회의 공식적인 발표에 일부 회원들을 배제했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얘기다.
동네 빵집이던, 프랜차이즈 빵집이던 모두 개인 자영업자들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빵집과 동네 빵집으로 보일지 몰라도 정작 빵집 주인들은 모두 다 '동네 빵집' 주인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협회 측은 이런 무리를 감내하면서 까지 왜 이런 일을 벌여야 했을까? 빵집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제과협회의 수장 김서중 회장은 공교롭게도 '빵굼터'라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처럼 대형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분명 가맹점을 운영하는 중소 프랜차이즈임에는 분명하다.
시장에 1, 2, 3위의 휴대폰 제조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만일 1위 제조사가 더 이상 물건을 팔지 못하게 된다면 그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어디일까?
기존의 대형 빵집 프랜차이즈들이 정부의 규제로 영업에 제동이 걸린다면 사람들의 발길은 어느 정도 동네 빵집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러나 제일 기뻐할 곳은 그간 대형사들에게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아닐지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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