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제작금융 프로그램, 실적 '꽝'
은행들 "리스크 관리하라면서 중소社에 대출하라니"..금융위 탁상행정 비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조선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주선했던 '조선사 제작금융 프로그램'이 수개월 째 제자리 걸음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을 시중은행이 지원해달라는 게 당국의 기본 취지지만, 저금리ㆍ저성장에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은행 입장에선 선뜻 나서기 어렵다.
10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하나ㆍ신한ㆍ외환 등 5개 시중은행 가운데 현재 '조선사 제작금융 프로그램'을 시행중인 곳은 한 곳도 없다. 이 프로그램은 선박발주량 감소와 선가하락 등 세계적인 조선경기 불황에 따른 국내 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도입 4개월여가 지났지만 실적이 전무한 이유는 은행 '신용위험 관리'의 문턱에 막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시중은행의 제작금융 담당자는 "대기업의 경우 이미 기존의 여신한도를 채웠기 때문에 신용위험 관리 차원에서도 추가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이미 기업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어서 심사 및 대출신청조차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올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라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강도높은 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형 조선사에 대출을 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사들도 일반 시중은행 보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은 정책금융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선박건조업체의 대출 연체율은 3.54%로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1.56%)을 두 배 이상 웃돈다. 금융당국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권의 건전성 강화를 내세운 터라, 연체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것.
이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을 꼬집고 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중소선박업체를 지원하라는 취지는 모르지 않지만 재무건전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당국이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다소 무리한 정책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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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함께 제작금융 프로그램을 도입한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은 약 5500억원 규모의 실적을 쌓은 상태로, 공사와 산은이 각각 3500억원, 2000억원 수준이다. 조선사 제작금융의 주무기관인 수출입은행의 경우 2010년 2조337억원, 2011년 2조5199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조3232억원을 조선사에 지원했다. 올해는 그 규모를 3조5000억원 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부랴부랴 도입해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수출입은행과 실적 규모를 비교하긴 어렵다"면서 "조달금리 차이에 따른 금리경쟁력이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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