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노동시장 살아난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해 2월 스페인에서 노동자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스페인 정부가 기업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가 총파업으로 맞선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스페인의 노동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노동계의 격렬한 반대 속에 추진된 스페인의 노동시장 개혁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고 최근 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스페인의 푸조 시트로앵 공장 노동자 파블로 가르시아를 노동시장 개혁의 성공 사례로 들었다. 1년 전 돈이 없어 크리스마스 선물조차 사지 못했던 가르시아는 요즘 공장 주변에 집을 마련할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마드리드 근교의 푸조 차체 조립공장에 동료 69명과 함께 취직하게 됐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법안을 처리한 직후였다. 법안은 23%에 이르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법안에 따르면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없이도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더욱이 해직수당 수급일을 줄이고 청년층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에는 인센티브가 돌아갔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만들고 노동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는 10년 전 독일의 사례를 모방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해고 기준을 완화했다. '유럽의 병자'로 불린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2003년 다소 하락했던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2006년 3.7%로 상승했다.
현재 스페인의 실업률은 독일의 세 배에 육박한다. 인구는 독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스페인의 노동시장 개혁이 독일보다 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리라는 게 비즈니스위크의 설명이다.
독일 최대 민간은행 코르메츠방크에 따르면 독일의 노동비용은 2008년까지 10년 사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평균 대비 17% 떨어졌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크 크래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의 노동비용이 독일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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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스페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포드ㆍ르노ㆍ푸조처럼 스페인에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현지 투자가 늘고 있다. 값싼 노동력 때문이다. 이들 업체의 투자는 지난해 1~10월 스페인의 수출을 4.2%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계속된 스페인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출 호조에도 올해 스페인의 경제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올해에도 스페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해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스페인 정부의 노력이 자칫 잘못하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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