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실물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시야가 불투명하다. 국내 기업들도 수익률 하락과 수요의 절대 감소로 인해 고전이 예상된다. 그동안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 덕분으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무역 의존형 한국경제의 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캐치업(Catch-up) 전략 이상으로 아시아 실물경제의 허브가 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창조적 기업들을 많이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모습이다.
동북아 지역의 지리적 이점과 한국기업의 장점을 살린다면 아시아에서 글로벌기업 창업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국기업의 기술력은 일본이나 선진기술 수준에 대등할 만큼 높아져 있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수의 아세안 국가에 비해서는 비교우위에 있다. 또한 기업 입지에 있어서도 외국인투자지역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공장설립절차 간소화나 지식경제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와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세계적인 고급인재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중국은 2008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인재영입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5~10년 내에 국가급 인재 1000~2000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당초 해외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시작을 했지만 2년 전부터 그 대상을 외국인으로 확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고용의 68%는 월평균 100만원대 저임금 단순기능 인력이며, 교수와 과학기술분야 연구원을 비롯한 전문인력은 4만8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D 업종 인력 수요를 메워줄 값싼 노동력 수입은 많지만 고급 두뇌 유치는 극히 부진하다는 이야기다. 해외 우수 인재유치를 통해 글로벌기업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창업기업이 집적화되도록 지역의 산업클러스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산학연 연계에 성공한 스웨덴의 시스타에는 1100여개가 넘는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입주해 있고 대학 재학생만 6800명에 이른다. 1100명의 전문연구원이 이들과 연계하여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에는 시스타처럼 특화된 사이언스파크만 32곳이 있다. 신생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도 46곳이 있다. 기업 간의 개방적ㆍ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이 사이언스파크의 성공요인 중의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산업클러스터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창업 활성화와 근로 환경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기존 산업단지 재창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장들로만 빼곡했던 산업단지를 쾌적하고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개선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그 결과, 미래형 신산업과 글로벌 첨단 기술산업이 유치되고, 유능한 인재들도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근로자의 삶과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지난 약 9년간 우리는 2020년까지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또한 정보기술(IT)분야조차도 세계적 허브로 불리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이제는 아시아의 실물경제 블루존(Blue Zone)이 되겠다는 목표 설정과 실천의 틀이 마련되어야만 창조적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이 꾸준히 생겨날 것이며, 한국경제의 든든한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튼실한 경제구조, 인재에 대한 특혜 등을 통한 실물 경제허브를 구축해 경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게 될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허물을 벗고 영물로 다시 태어나는 뱀처럼 2013년 한 해가 선진국 진입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경수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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