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정보학·물리학 연구방법 융합…국제경제 현상 정확히 분석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생물정보학과 물리학 연구방법을 융합해 국가 사이의 경제적 영향력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이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를 응용한 기법이다.
이번 시스템을 이용하면 ▲주가 ▲환율 ▲무역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에서 나타나는 정보의 흐름을 분석·종합해 국가 간 경제적 영향력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은 기존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막대한 양의 정보(Big Data)를 수집·분석해 대상별 맞춤형 상품을 판매해 큰 수익을 올리는 등 빅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주요 경제지표를 장기간 수집한 경제 빅데이터를 분석해 국내외 다양한 경제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한다.
예컨대 1990년대 후반에 발생한 아시아 재정위기와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을 파악하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문제를 예측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경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는 경제지표 간에 또는 국가 간에 정보 흐름을 파악, 상호 영향의 방향과 정도를 밝히는 과정이다.
달러 대 원화 환율이 상승해 무역수지가 악화되거나 미국이나 중국의 경기가 호전되면 수출이 증가해 국내 경기도 활성화되는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그러나 복수의 국가에 대한 다수의 경제지표를 장기간 수집해야 한다. 데이터가 방대하고 상당히 복잡해 효율적으로 계산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검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팀들은 물리학적 방법론(이전 엔트로피)을 활용해 단일 경제지표만을 주목하고 분석해왔기 때문에 다양한 경제지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국가 간 경제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서울대 윤성로 교수 연구팀은 생물정보학과 물리학을 융합한 방법으로 장기간의 방대한 경제지표를 분석하고 검증하는데 성공했다. 사람의 생명현상은 DNA, RNA, 단백질 등 각종 생체물질의 상호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생물학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물질 간 상호작용과 영향력을 다양한 정보를 통해 파악하는 기술(차세대 시퀀싱 등)이 개발됐고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신개념 경제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개발했다. 기존의 연구방법인 이전 엔트로피(두 시스템이 주고받는 정보의 절대적 양뿐만 아니라 정보의 방향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일의 Schreiber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것)를 사용해 연구대상 국가의 경제지표 간의 정보 흐름을 측정하고 통계적 유의성 검증을 거쳐 경제지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어 생물정보학의 방법으로 각 국가별 경제지표 네트워크를 병합해 국가 간 상호 경제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국제경제 영향력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와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18개국(우리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러시아, 멕시코, 미국, 브라질, 스페인, 아르헨티나, 영국,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캐나다, 포르투갈, 프랑스)의 1994년 1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총 192개월 동안 수집된 5가지의 거시 경제지표(산업생산지수, 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 환율, 무역지수)를 분석해 국가 간 경제적 영향력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방국가들의 영향력이 아시아 국가들보다 크고 일본의 영향력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또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들의 상호작용이 매우 활발하고 독일의 경우 EU에서의 영향력이 EU 외부보다 크며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방국가들과의 연결정도가 미약하다는 사실도 규명해 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부 국가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이 점차 확대됐음을 연구팀의 분석결과로 재확인했다.
윤성로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정보학과 물리학의 방법론을 융합해 경제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며 "앞으로 다른 종류의 빅데이터 분석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윤 교수(39세)가 주도하고 김진규 연구원(제1저자), 세종대 김건 교수(제1저자), 싱가포르 경영대 안성배 교수, 경희대 권영균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다학제(interdisciplinary) 온라인 오픈액세스 과학전문지인 '플로스 원(PLOS ONE)'최신호(1월 2일)에 발표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