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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하루 196번 쓰는 플라스틱, 은총인가 재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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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인류의 역사를 나누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소재'다.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친 인류는 바야흐로 20세기에 접어들어 전혀 다른 소재의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사회'의 저자 수전 프라인켈은 하루동안 자신이 접하는 플라스틱 제품을 모두 기록해 본 경험으로 책을 연다. 아침에 일어나 앉는 변기 커버부터 칫솔과 치약, 냉장고 손잡이, 우유병, 자동차 대시보드...총 196가지였다. 플라스틱이 아닌 걸 찾기가 더 힘들다. 우린 플라스틱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진짜로 20세기를 흔들어 놨다. 마음대로 연성할 수 있고 강도와 탄력과 유연성을 조절할 수 있으며 석유 부산물로 만들어 값도 싸다. 플라스틱은 20세기 생산력 증가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한 중산층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은총'이었다.

저자는 플라스틱의 세계를 조망하기 위해 머리빗, 의자, 라이터, 비닐봉지, 페트병 등 8가지의 물건을 고른다. 이 물건들은 플라스틱이 가져 온 변화를 설명해주는 매개체다. 저자는 과학과 역사, 문화 등 가능한 '렌즈'를 총동원해 이야기의 심도를 조절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코끼리 상아와 거북이 별갑을 깎아 만들던 고급 머리빗을 플라스틱이 대체하는 과정은 "소비 지향적인 중산층을 위해 상당히 많은 제품의 소비를 민주화한" 셀룰로이드의 발명을 설명해준다. 링거백은 합성물질의 독성 논란을, 플라스틱은 페트병의 재활용 가능성을 탐구하는 도구다.  
단순히 정보를 알려 주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이 플라스틱과 이토록 긴밀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은 편리를 뛰어넘어 또 다른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 플라스틱으로 야기되는 환경오염 문제는 큰 숙제이며, 건강 유해성 논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플라스틱이 처음 했던 약속에서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자연의 한계에서 해방시켜 주고, 부를 민주화하며, 예술에 영감을 주고, 우리 스스로를 원하는 대로 바꾸어 낼 수 있다는 약속에서 말이다."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과 '상생'할 수 있을지, 우리의 삶이 물질과 맺는 관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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