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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넷에 만나는 거장 '신중현' "록의 진수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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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단독콘서트..1980년대 미발표곡도 공개

일흔넷에 만나는 거장 '신중현' "록의 진수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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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빗속의 여인(1964)', '봄비(1967)', '님아(1968)', '커피 한 잔(1968)',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 '거짓말이야(1971)', '아름다운 강산(1972)', '미인(1974)', '리듬 속의 그 춤을(1987)'...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74)의 대표곡들을 열거하자니 끝이 없다. 1955년부터 미8군 무대를 오가며 음악을 시작해, 록 밴드 '애드훠(ADD4)'로 본격적으로 활동한 게 1963년의 일이다. 올해로 데뷔한 지 거진 반세기가 되는 셈이니 그야말로 한국 록음악의 '시작이자 전부'였다는 평이 과장이 아니다.
지난 7일 대학로에서 신중현을 만났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작고 왜소한 체구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거장이 맞나 싶었다. 그러나 차분하고 나직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록'에 대해 설명하는 순간 '살아있는 전설'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희끗희끗 은색 머리가 까만 가죽재킷 자락에 닿을락 말락 내려와 있었다. 그는 "12월에 있을 공연에서 록의 진수를 보여주려고 머리까지 길렀다"며 소년처럼 웃었다.

신중현은 지난 9월 미국 음반사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 the Attic)'의 초대를 받아 미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미국에서 단독 공연을 한 것은 그의 50년 음악인생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말로 된 노래를 알아나 들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지인들이 티켓을 전부 예매하는 바람에 교포들은 표를 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마지막으로 준비해간 곡 '아름다운 강산'의 노래를 마치자 앵콜 요청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마지막 곡을 했는데 앵콜 요청이 계속 들어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앵콜곡을 아예 준비도 안해 간 상황이라 그냥 도망치고 말았다. 뒷문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뒷문도 다 잠궈놓아서 쉽게 나갈 수도 없었다. 결국 밴드들이랑 같이 공연장 밖으로 나갔더니 이번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새로운 세계를 느꼈다. 미국인들은 음악과 음악인을 좋아하고, 음악 자체를 즐기더라."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음악은 통하는 법이다. 특히 그의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록 사운드가 국경을 넘어 미국인들의 가슴에도 여운을 남겼다는 평이다. "'사이키델릭'이란 말 자체는 '환각'이라는 퇴폐적인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사이키델릭 록'은 정상적인 정신 세계를 떠나서 한 차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게 꼭 약(drug)이나 환각제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맨정신으로 그 세계를 갈 수 있다는 것이 사이키델릭 록의 핵심이다."

이번 12월1~2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여는 단독콘서트에서도 그는 정통 사이키델릭 록의 진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1부에서는 그의 아들이자 기타리스트 신윤철, 드러머 신석철 등과 함께 밴드를 구성해 '커피 한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히트곡들을 현악단과 협연해 선보인다. 1부가 대중성에 집중했다면 2부는 음악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원래 하고 싶어했던 사이키델릭한 연주를 대거 포진시키고 그의 1980년대 미발표된 곡 하나도 비장의 무기로 준비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엄청난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신중현이 미8군 부대를 전전하며 밴드활동을 했던 1960년대는 우리나라 록음악의 태동기였다. 세계적으로는 비틀즈, 롤링스톤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한국 최초의 록그룹 '애드훠'에서부터 '조커스', '덩키스', '퀘스천스' 등 여러 밴드를 거쳐 결국 대중들에게 신중현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1968년 펄시스터즈의 '님아'를 통해서였다. 이후에도 김추자, 장현, 김정미 등의 음반작업에 참여하면서 '신중현 사단'을 구축했다.

"1970년대 초에 미8군에서 음악할 때, AFKN에서 나를 초대해서 출연을 했다. 그 때 피디들이 내 음악을 '사이키델릭'이라고 하더라.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지만 그 때부터 '사이키델릭'에 대해 공부를 했다. 나를 두고 '록의 대부'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몰라도, 좋다. 록 음악은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음악인데 요즘은 로커들이 뒷전에 밀려있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설치고 다니니까 로커들도 많이 용기가 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너나 나나 로커니까 열심히 하자'고 했다.(웃음)"

평생을 손에 '기타'를 쥐고 산 그는 2009년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 펜더로부터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기타를 헌정받았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는 여섯번째다. 지금도 기타를 잡았던 그 순간은 기억한다. "중학교 2학년 대 통기타를 처음 잡았다. 이전까지는 악기를 뭔가 하고 싶어서 바이올린을 했는데, 혼자 낑낑대기만 하다가 안되겠다 싶었다. 다시 악기점에 가보니 기타가 있길래 바이올린이랑 바꿔달라고 했다."

그렇게 기타를 잡은 게 그에게는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고백한다. 간편하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데다, 치면 칠수록 깊이가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도 모두 부를 예정이다. "30대는 '힘'으로 기타를 쳤다면 70대에는 '도(道)'로 친다. '도'로 친다는 것은 손가락 힘만으로 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치는 정신적인 소리를 말한다. 70대에도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 인간은 무한대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기를 찾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자신을 계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음악인생에서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4년 대마초 파동에 휘말리기도 하고, 많은 곡들이 금지곡으로 묶였던 시절도 있었다. 실험적인 음악들이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내가 발표한 노래 중에서도 대중들이 모르는 게 엄청 많다. 미발표곡 중에는 활동금지를 당하는 등 힘들 때 쓴 것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 곡들을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건 너무 부담을 주는 일이다. 미국에 태어났으면 아마 별볼일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춥고 덥고 맵고 자고 굴곡이 심한데 이런 곳에서 부닥쳐 살았기 때문에 이런 기타 소리가 나올 수 있게 된 거다."

후배 뮤지션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음악은 동시에 녹음해야 하는 건데 요즘에는 반주 따로, 노래 따로 해서 잘라 붙이더라. 그건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래 음악은 라이브여야 최고인 거다." 록의 대부가 들려주는 라이브의 진수는 다음 달 공연에서 맛볼 수 있다. 각오도 남다르다. "보여주는 음악은 젊을 때 많이 했고 그걸로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번에는 그 속을 들여다봐달라."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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