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11일 사상 초유의 대출 기준금리 코픽스(COFIX) 고시 오류와 관련해 "시스템이 아니라 한 은행에서 원자재 공급(입력)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질책은 할 수 있지만 금융 선진국에서도 오류 수정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행사 참석을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박 회장은 이날 오후 가나가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금융 선진국의 전례를 따라 오류 수정은 하지 않기로 한 규정이 있다"면서 "관련 규정 수정 여부는 신중하게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은행의 명백한 실수이지만, 오류 수정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사후 처리를 하는 게 사회적으로 더 큰 손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예를 들어 5년 후 금리 고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고 하면 그걸 바로잡는 데 너무 많은 기회비용이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 때문에 오류 수정 금지 조항을 손보는 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특별 현장검증을 예고한 뒤 은행들이 금리 고시 오류로 부당하게 거둔 이자는 피해자들에게 모두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내부통제 강화, 고시금리 검증 강화, 고시 과정 전산화 등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도입된 코픽스는 국내 9개 은행의 정기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을 토대로 정하는 대출 의 기준금리다. 각 은행이 입력한 자금조달 비용을 바탕으로 은행연합회가 산정해 공시한다.


그런데 지난달 코픽스가 한 달 가까이 잘못 고시되는 사고가 있었다. 9월 17일 고시된 8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당초 3.79%·3.21%(신규 취급액 기준)였지만, 은행연합회는 이달 8일 이자율을 각각 0.01%, 0.03%포인트씩 낮춰 다시 고시했다. 우리은행 직원이 수치를 잘못 입력해 8월 지수가 틀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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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으로 약 4만명이 이자를 더 물었다. 은행별 피해자는 우리은행이 2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약 6250건)과 농협은행(약 4530건), 국민은행(약 4350건), 신한은행(약 3700건) 등에서도 수 천명의 대출자가 피해를 봤다.


은행권이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는 다 합쳐 600만원 수준으로 1인당 환급액은 수십에서 수백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금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어 당국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 잔액은 157조4000억원에 이른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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