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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꽉막힌 출구전략'에 희생양된 용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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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재동의 절차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면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취소하는 것입니까?” “아니오, 그렇게 할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그럼 재동의 과정을 왜 거치는 것입니까?” “인허가 과정에서 참고사항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재개발·재건축에서 주민동의를 최우선시 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
용산역세권 개발에 대해 서울시에 질문한 후 답변을 받아보면 이렇게 정리된다. 공전을 거듭하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서울시가 한몫 거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용산개발과 관련해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며 사실상 재동의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서부이촌동 부지와 철도기지창 부지의 통합개발은 2009년 주민동의율 50% 이상을 충족하면서 이미 도시개발법상의 수용 요건을 갖춰놓은 상태인데도 다시 동의를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 주민동의율 70%를 전제로 한 뉴타운 출구전략을 용산개발에도 경직되게 적용하고 나서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용산개발 사업의 인·허가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지난해 용산구에 제출한 개발계획변경 신청안은 보상계획 발표 직전인 지난 8월에서야 서울시에 전달됐다. 구 관계자는 “구 도시계획위원회의 보완사항 반영 기간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가 사실상 주민동의율 70% 요건을 갖추라는 요구를 하면서 관건이 되는 보상계획 발표까지 접수를 미뤘다는 것이다.
시의 이같은 입장은 기존 개발 계획대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1대주주 코레일에게 빌미를 주고 있다. 송득범 사업개발본부장은 “주민 반대가 심하면 분리개발도 가능하다”고 했다. 개발 방식을 둘러싼 대주주 갈등으로 현재 용산개발은 오리무중 상태다.

보상안에 대한 주민반발을 심화시키는 역할도 했다. 주민 의견에 서울시가 힘을 실어주면서 반대파의 목소리를 키운 게 사실이다. 입주기준일(2008년 8월30일) 이후 전입한 특별분양대상은 상대적 박탈감에 찬성파들은 더 이상의 보상을 원하며 보상안에 반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통합개발은 사업자가 아닌 서울시의 요구였다. 용산개발은 코레일이 5조원(당시 기준)에 달하는 부채를 갚기위해 철도기지창 부지의 복합개발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용산을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대표 모델로 키우려했던 오세훈 전 시장이 비전이 합쳐지면서 지금과 같은 통합개발안이 나왔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뉴타운 출구전략과 한강 르네상스의 백지화 과정에서 용산역세권 통합개발이 혼란에 휩싸였다. 설령 주민 반대 의사가 압도적이어서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려진다고 해도 주민에게 과연 이익인지도 의문이다. 통합개발에 따라 통합부지는 용적률 608%, 기부채납 40%가 적용돼 개발된다. 하지만 구역지정이 취소될 경우 서부이촌동은 주거용지의 경우 최대 300% 용적률을 받아 재건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럴 경우)사업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철도기지창 개발에 대해 다시 인·허가 절차를 밟게 되면 사업자는 9000억원 가까운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민의견을 중시하는 서울시의 취지는 백번 옳다. 아무리 좋은 개발 계획도 개인의 재산권보다 우위에 있을 순 없어서다. 민의에 따라 선출된 시장으로 박 시장은 주민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할 책임도 있다.

하지만 용산역세권 개발 업무를 처리하는 경직성은 오 전 시장의 정책에 대한 뒤집기 또는 딴지걸기로 읽힌다. 법적 요건을 충족한 사업에 법적 근거가 없는 정책을 적용하려니 실무진도 초법적인 인·허가권 남용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주민과 사업자 또는 서울시 직원 중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동의 절차인지 묻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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