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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와 목가구 그리고 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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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항아리, 1956, 캔버스에 유채, 100 x 80.5 cm

김환기, 항아리, 1956, 캔버스에 유채, 100 x 80.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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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환기미술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 김환기와 한국의 美_점·선·면의 울림

나는 동양 사람이요, 한국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비약하고 변모하더라도 내 이상의 것을 할 수가 없다.
내 그림은 동양 사람의 그림이요,
철두철미 한국 사람의 그림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이려면 가장 민족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이란 강렬한 민족의 노래인 것 같다.

고(故) 김환기 화백의 에세이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중 편편상(片片想)의 일부다. 화가이기도 했지만 글 솜씨도 뛰어났던 김 화백은 지난 1930년 말부터 1974년 작고하기까지 한국의 미(美)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신문이나 잡지에 꾸준히 기고한 바 있다. 이 에세이집도 김 화백의 사후 그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조선의 목가구와 백자 항아리, 사슴과 매화 같은 한국적 소재를 즐겨 그리던 김 화백은 '우리 것을 먼저 이해하고 그 가치를 깨달을 때에 비로소 새로운 미술의 창조와 세계적인 미술문화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환기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그의 이 같은 정신을 살린 특별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김 화백의 예술세계를 오롯이 담은 작품들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자수박물관의 목가구, 보자기 작품들도 선보이는 협동전시다. '김환기와 한국의 미-점·선·면의 울림'展은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5일부터 오는 12월 9일까지 열린다. 김환기 화백의 작품 50여점과 조선시대 목가구 14점, 달항아리 1점, 조각보 50여점이 소개된다.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은 1963년 도미(渡美)하기 전, 민족정서가 충만한 소재들을 찾아내 자신의 예술세계로 정착시키며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조선의 도자기, 목공예품들을 수집하면서, 자신의 미감이 이러한 전통기물로 부터 구축됐다고 피력한 바 있다.
김환기, 무제14-?-71, 1971, 코튼에 유채, 292 x 211 cm

김환기, 무제14-?-71, 1971, 코튼에 유채, 292 x 211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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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건너간 후 그는 한국의 전통미를 근저로 세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조형미를 추구했다. 면을 분할해 화면을 실험한 십자구도, 사방구도 작품과 다양한 종이를 붙여 화면을 구성했던 콜라주 작품 그리고 무수한 색 점을 찍는 가운데 면을 비워 선을 생성한 색면 추상화와 점화(点畵) 작품들이다. 추상미술로의 확장이었다. 이 안에서도 우리 선조들의 생활미감이 발현되고 있었다. '고전은 시대의 전위예술'이라는 김 화백의 정신이 살아있다.

환기미술관 관계자는 "조선 목가구의 담백한 비례미로부터 ‘선’의 조형감, 특히 김환기 화백이 주목했던 한국적 미감으로서의 ‘선’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한국의 전통 조각보들과 우리 선조들의 ‘면’에 대한 미감, 그로부터 유추되는 김환기의 ‘색면’ 작품을 나란히 해 전통기물과 현대미술의 어울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연결하려는 시도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4층책장, 94*41.5*171cm, 조선시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4층책장, 94*41.5*171cm, 조선시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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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 김 화백의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는 전통 목가구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사랑방과 안방 혹은 대청마루 등에 놓였던 가구들이다. 한옥과 함께 그 명맥을 유지해온 목가구들에는 한옥의 처마선, 창호의 선과 면의 비례가 장식과 색감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사방탁자, 문갑, 책장에서 엿볼 수 있는 단순한 구조, 쾌적한 비례, 간결한 선의 미감은 소박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지향한다.

조각옷보, 조선 19세기, 100*100cm, 한국자수박물관 소장

조각옷보, 조선 19세기, 100*100cm, 한국자수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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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규방문화의 산물, 보자기 역시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실용성을 넘어 우리 민족의 미감과 조형감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방색을 중심으로 하는 조각보의 다양한 색면들은 기복(祈福)의 염원이 담긴 음양오행사상과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각보의 면과 색의 구성은 현대 추상회화나 공예에서 볼 수 있는 기하학적이면서도 반복적인 구성표현, 색채감, 세련된 조형성을 온전히 담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조선 목가구, 조각보 그리고 현대 추상미술은 발생시기와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선과 면을 통한 공간 분할과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데 이런 점을 주목하면서 관람하면 재미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391-7714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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