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다르지 않다. 시민단체가 이명박(MB)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높지 않다는 논리로 대응한다. 하지만 부자에 대해 100조원 상당의 감세를 하고도 부채비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감세를 하지 않은 이전 정부의 부채비율은 지금보다 더 낮았다는 말을 덧붙여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유권자도 지연이나 학연 심지어 종교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던 구습에서 벗어나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의 논리성을 선택 기준으로 삼을 때가 됐다.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때 어떤 재원으로 하겠다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후보의 세금에 대한 견해에 그치지 않고 누가 어떤 세금을 얼마나 부담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60대 이상 유권자는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집단이다. 북한의 위협이나 일본의 독도 침탈, 중국의 이어도 야욕에 후보들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일본의 위협에 말로만 대응해서 안 된다는 점은 과거 임진왜란 등의 역사가 보여준다. 이지스함, 잠수함, 최신형 전투기 등을 어떤 재원으로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있어야 한다. 세금은 덜 걷고 국방은 철통같이 하겠다는 것은 말뿐인 공언(空言)에 불과하다.
40~50대 유권자는 노후생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당장은 자녀 과외비와 대학등록금이 부담스러운 세대다. 이들의 지지를 받으려는 후보는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되 부족한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제도 개편을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복지만을 내세웠지 감세정책을 유지하고 탈세가 횡행한 그리스의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국가의 장래가 보장된다. 내 세금을 깎아주는 후보를 찍고 싶더라도 이를 포기하고, 계몽사상가 루소가 강조한 국민 전체 공공의 선(common good)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후보를 찾아 투표하는 '일반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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