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낸 정치후원금은 지금…'금배지 쌈짓돈' 막장풍경

국회의원들이 정치후원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쓰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국회 임기가 끝나기 직전 낭비가 심하다. 국회 임기말 정치후원금 사용 행태를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한다.


[기획시리즈] '양심불량' 18대 금배지…후원금 막판 털어먹기
① 화장품·사우나비·명절 선물비…"눈치보며 쓴게 이정도"
② 한달새 수천만원 쓰고 "아껴 썼다"는 임기말 의원들
③ 주변사람도 막판 돈잔치
④ '허술한' 정치후원금 감독…"확 바꿔라"<끝>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회를 떠나는 의원들의 잔여재산은 정치후원금만이 아니다. 정치 활동에 필요하다며 후원금으로 구입한 카메라와 노트북 등 비품도 정치자금법의 잔여재산 처분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하지만 반납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임기말 의원들의 몰염치한 행태에는 허술한 제도와 선관위의 감독 부실이 한 몫 했다.


- 모을 때만 엄격하고 회계보고서 열람도 힘들어
- 美 48시간내 인터넷 공개, 日 처벌규정 엄격해…우린 영수증도 '대충'

임기만료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에게 후원하거나 보좌관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치후원금을 모두 소진해 논란이 됐다.(본지 8월 27~29일자 보도) 하지만 이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 정치자금법의 지출 관련 규제는 2조3항에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하고, 사적인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이 전부다.


처벌규정조차 없다. 5만원 이상의 지출에 대해서만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며, 영수증을 분실했을 경우 '영수증 분실'이라고 기재하면 무방하다. 정치자금법은 정치후원금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지 수입 부분만 세세하게 규정한다.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 사용 내역을 알아보는 것도 어렵다.


선관위는 정치자금회계관리 프로그램을 배포하면서도 보고 때마다 이를 출력해 서면으로 제출토록 했다. 손쉽게 보관하고 공개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저장파일은 받지 않는다. 회계보고가 이뤄진 후 3개월 동안만 열람이 가능하다. 지출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본지가 회계보고서 열람을 요청하자 선관위는 자료 준비시간과 정보공개 청구 등을 요구하며 지연시켰다. 그러다 열람 규정을 들이대자 그제서야 자료를 공개했다. 후원자나 일반 시민들이 직접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다.


선관위는 정치후원금 사용처에 대해 별 간섭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국회의 감시를 받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이모 비서관은 "지출 관련 규정이 없어 애매할 때마다 선관위에 전화해 물어본다"며 "잔액이나 회계장부상 큰 문제만 없으면 크게 지적받는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지적된 내용은 해당 금액만큼 다시 입금하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정치후원금의 수입ㆍ지출 내역을 48시간 이내에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국의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2주에 한 번씩 공개 심사를 통해 정치후원금을 감독한다. 부정한 지출 내역이 발견되면 즉각 윤리위원회에 회부된다.


일본은 영수증 보관 의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금고나 50만엔(약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정도로 처벌 규정이 엄격하다.


우리나라도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인터넷 공개를 통한 상시 감시와 지출 규정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같은 개정 방안을 담은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선관위 또한 정치후원금 인터넷 공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의견서를 18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은 후원 규제를 푸는 '청목회법'에만 관심이 있을 뿐,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기'를 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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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7월 11일 대권 출마를 선언한 직후 첫 공약으로 '정부 3.0' 비전을 제시하며 투명한 정부를 1차 과제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며 "모든 공공정보에 대해 국회에 공개하는 수준까지 국민에게 각종 행정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보공개가 시급한 것은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이라며 "제대로 된 정치후원금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국회의원 스스로 투명한 지출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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