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아프리카 챔피언'을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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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K리그 올스타가 아프리카 챔피언을 꺾은 셈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잠비아를 2-1로 물리쳤다. 대표팀 18명은 전원 K리거로 구성됐다. 해외파 없이 A매치를 치른 건 2008년 11월 카타르전 이후 약 4년 만의 일. 유럽과 중동 리그 개막이 코앞인데다 올림픽도 얼마 전에야 끝난 연유였다.

해외파는 없었지만 한국은 강했다. 평소 “해외파와 국내파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라던 최강희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대표팀 18명 가운데 11명은 지난달 K리그 올스타전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 상대한 잠비아는 2012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신흥 강호다. 상대의 실력이 부족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올스타 K리거'들의 경기력이 좋았다는 뜻이다.


가장 빛난 존재는 두 골을 넣은 이근호(울산)였지만,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울산)의 활약도 돋보였다. 196㎝의 장신에서 비롯된 압도적 제공권과 포스트 플레이는 상대 수비진을 초토화시키며 공격의 활로를 뚫어냈다. 이동국(전북)과의 투톱 조합에서도 ‘트윈 타워'로서의 파괴력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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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범(대전) 역시 최강희호의 신무기로 떠올랐다.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오른발 킥이다. 날카로운 크로스로 좋은 장면을 수차례 만들어냈다. 특히 세트 피스에선 김신욱, 곽태휘(울산) 등 장신 선수들의 공격력을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데이비드 베컴을 연상시켰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상대할 아시아 팀들은 대부분 수비적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장신 최전방 공격수를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나 세트피스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상대 밀집 수비를 깨는데 매우 효율적 방법이다. 더불어 잠비아전에서 드러났듯, 이근호 같이 돌파력을 갖춘 측면 자원에겐 더 넓은 활동 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김신욱과 김형범의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비진 역시 의미 있는 발견이 있었다. 현 대표팀 최상의 센터백 조합은 이정수(알 사드)-곽태휘. 둘은 모두 30대로 나이가 적지않다. 소속팀에서도 줄곧 풀타임을 소화해 체력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 대안이 될 홍정호(제주)는 부상 재활 중. 대표팀은 당장 9월부터 있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체자원 발굴이 시급했다. 잠비아전에서 이례적으로 여러 중앙 수비수가 고루 투입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그 중 정인환과 김진규는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인환은 A매치 데뷔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안정적 수비를 뽐냈고, 공수에서 탁월한 제공권을 보여줬다. 후반 막판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활약하는 다재다능함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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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진규도 가능성을 보였다. 다른 자원에 비해 힘 있는 플레이가 경쟁력이다. 올 시즌엔 노련함까지 갖춰 서울을 K리그 최소 실점으로 이끌고 있다. 기존의 장기였던 장거리 프리킥도 한층 정확도가 높아졌다. 다른 신예들에 비해 A매치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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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에선 하대성(서울)이 빛났다. 이날 김정우(전북)와 중원에서 짝을 이뤄 빠른 스피드와 많은 활동량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공격적 재능이 뛰어나 4-4-2에선 중앙 미드필더로서, 4-2-3-1에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활용될 수 있다. 구자철(아우스크부르크)의 훌륭한 대체 자원이 될 수 있는 셈. 반면 송진형(제주)과 황진성(포항)은 생애 첫 A매치에 다소 긴장한 듯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술과 축구 센스가 좋은 만큼 향후 존재가치를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하루 전 최 감독은 “평가전을 통해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면 대표팀 전체가 강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도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아프리카 챔피언을 꺾은 'K리그 올스타'는 최소한 ‘플랜B’로서의 가치가 확인됐다. 나아가 주전급 해외파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표팀 선수층에 양적, 질적 향상을 가져올 임에 틀림없다. 잠비아전 승리가 단순한 평가전 결과가 아닌 이유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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