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는 한국영사와의 면담은 그 후 한달 가까이 지나 이뤄졌다. 2차 면담은 다시 그 후 50일 가까이 지난 6월에야 진행됐다. 구금 후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 김씨 본인이 밝히진 않았지만 전기고문을 포함한 강도 높은 물리적 고문도 있었던 걸로 드러났다.
김씨와 함께 체포된 일행 3명도 고문을 당했다. 당초 정부는 이들이 영사접견을 거부하고 있다는 중국의 말을 그대로 믿고 처음엔 만나지 않았다. 김씨 일행이 고문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중국측에 그런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은 '자체 조사 결과 그런 일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몇차례 더 조사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묵묵부답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한국에 가서 얘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풀려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구금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조사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답이 없고, 한국은 중국이 답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손놓고 있는 형국이다.
김씨가 어떤 고문을 당했는지에 대해 정부는 "김씨 본인이 공개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재로선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 거기에 북한까지 겹쳐 이번 사안이 외교적으로 결코 단순치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거대한 국가권력이 한 개인에 대해 가공할 만한 폭력을 행사하고도 모두가 입을 다무는 지금의 사태는 잘잘못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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