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윤범 푸르네존 대표, 기계연구원 신기술창업보육센터 입주 뒤 고민 해결…8개국과 상담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주치의가 따로 없다.”
강윤범(49) 푸르네존 대표의 입이 귀에 걸렸다. 지난 밤 11시가 넘도록 신제품의 기술문제를 상담해주다 돌아간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최태인)의 김병인 박사 생각 때문이다.
푸르네존은 올 2월 기계연 내 신기술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이곳에 들어가기까지 강 대표는 10년간 휴대용칫솔, 자동쓰레기압축기, 초음파정수장치, 음성칩셋 저장장치 같은 많은 생활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휴 대용칫솔은 치약과 칫솔을 하나로 보관할 수 있게 해 비교적 간단한 아이디어상품이지만 수출되는 등 해마다 적잖은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다.
나머지 제품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자신감을 얻은 강 대표는 기능을 추가하고 용량도 키우며 제품라인업을 다양화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반짝했던 초기의 시장반응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제품개발에만 몰두하며 지나친 게 있었던 것이다. “청소나 시설관리는 대부분 외주로 해결했다. 실사용자인 용역사는 굳이 쓰레기봉투비용을 아끼거나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그 뒤 강 대표가 새롭게 주목한 건 소화기. 주택화재 건수가 한해 5만 건에 이르고 차량화재도 자주 나는 상황에서 사용이 쉽고 편한 초기 화재진압용 소화기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소화기는 구석에 방치되거나 무겁고 안전핀을 뽑아야하는 등 위급상황에서 성인남성도 사용이 쉽잖은 문제점이 있었다. 밤이나 화재에 따른 연기 속에선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었다.
강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디자인’을 컨셉으로 새 소화기 개발에 들어갔다. 권총처럼 방아쇠만 당기면 소화액이 뿜어져나오고 발광다이오드(LED)랜턴과 경보기를 달아 야간이나 연기 속에서 길을 찾고 위치를 알릴 수 있게 만들었다.
바닥엔 자석받침대를 달아 차량지붕에 올려놓으면 비상등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소화기가 이산화탄소(CO) 가루를 써서 환경에 안 좋은 점을 고려해 에어로졸 강화약제도 적용했다. 3년 만에 완성한 시제품을 본 사람들은 모두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제품만 제대로 만들면 판로는 문제없을 듯 보였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강 대표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노즐의 공차계산을 못하고 금형을 만들어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속이 타들어 갔다. 문제해결을 고민하다 한국기계연구원 신기술창업보육센터에서 기술개발과 마케팅까지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주지원서를 썼다.
강 대표는 입주심사를 받던 그 때의 심경을 이렇게 얘기했다. “기왕에 이렇게 된 것,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나라 최고엔지니어들 도움을 받아 제대로 된 다기능소화기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입주 뒤 강 대표는 “다기능소화기 개발에 가장 큰 힘이 된 건 우리 회사만을 맡아 도와주는 보육닥터제도”라고 말했다. 센터가 제공하는 ‘1인1사 보육닥터’는 기계연의 전문인력이 입주기업의 기술개발을 맨투맨으로 집중지원하는 제도다.
푸르네존을 맡은 이는 로봇메카트로닉스 연구실 김병인 박사다. 김 박사 지원이 시작되자 강 대표가 골머리를 앓던 문제들은 금세 하나 둘씩 실마리가 잡혔다. 김 박사의 지원정도는 단순한 기술상담이나 조언에 그치지 않았다. 강 대표는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도움을 받았다. 김 박사는 문제가 됐던 금형의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자기 일처럼 챙겼다”고 설명했다.
올 9월부터 생산을 시작하는 푸르네존의 ‘다기능소화기’는 외국에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강 대표는 시제품을 갖고 시장개척단의 일원으로 해외에 다녀온 뒤 “8개국의 소방전문회사와 구입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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