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을 위기의 원인으로 끌어들이는 감염재난 영화는 한국에서 '연가시'가 처음이다. 일단 영화가 포섭하려 애쓰는 '바로 지금'이 흥미롭다. 연가시라는 기생충부터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것 중의 하나다. 연가시를 박멸할 수 있는 구충제를 생산하는 유일한 제약회사는 론스타 펀드에 팔려나간 것으로 설정돼 있고, 질병대책본부는 트위터 등 SNS를 타고 퍼져 나가는 혼란을 거듭 우려한다. 또한 연가시가 퍼져나간 원인은 결국 계층간의 갈등에서 동력을 얻는 음모론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 대신 '연가시'는 감염재난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갈증을 해결하려고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미친듯이 달려가는 감염자들의 모습과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현장을 한참동안 강조한다. 다만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반복돼 공포감과 긴장감이 쉽게 사그러든다. 재혁과 동생이 화재 현장에서 발버둥치는 장면도 비슷한 느낌으로 길다. 게다가 재혁은 마치 고전소설처럼 번번이 우연을 가장한 불운과 맞닥뜨리고, 관객이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설명 없이 반복한다. 비슷비슷한 패턴이 되풀이되는 와중에 영화는 클라이맥스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고지가 바로 저긴데' 김이 빠져 버린다.
'국내 최초 감염재난 영화'에 걸맞는 긴박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우나 한편으론 누구나 마음 편히(?) 볼 만한 팝콘무비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개봉은 5일.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