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전에도 경작했다"..동아시아 최초 신석기 '밭' 발굴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강원도 고성 문암리 유적에서 신석기 시대 '밭'이 발굴됐다. 중국, 일본에서도 사례가 없는,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밭 유적이다. 이번 경작지 발견은 신석기 농경에 대한 보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
26일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사적 426호 문암리 유적에서 발견된 상·하 두개 층으로 구분되는 신석기 '밭'을 공개했다. 공개된 경작지는 지난 2010년부터 문암리 선사유적 종합정비계획 일환으로 조사하는 중에 신석기 시대 집자리 5기, 야외 노지 13기 등 유구와 함께 확인된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과 일본에서도 신석기 시대 밭이 발견된 사례는 없어, 이번 발굴은 동아시아 최초이며 그동안 석기, 탄화곡물, 곡물 토기압흔으로만 추정됐던 신석기 시대 농경에 대한 보다 명확한 증거를 발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암리 유적은 지난 1998년부터 신석기 시대 집자리, 야외 화덕자리, 덧무늬토기 등 다수 유물이 확인되면서 2001년 2월 사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후 2002년에는 추가 집자리와 매장유구, 무문양토기, 옥 귀걸이 등이 확인돼 중부 동해안지역의 신석기 문화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이곳에서 발굴된 밭은 상층과 하층으로 나눠져 있다. 1000㎡ 크기의 하층이 먼저 일궈진 밭이며, 상층 밭(1260㎡)보다는 작은 편이다. 하층 밭은 부분적으로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동쪽 중앙부는 이랑이 나란히 길게 늘어서 있지만, 남쪽과 동쪽 가장자리로 갈수록 방형이나 장방형의 소구획 형태가 두드러진다. 서쪽과 북쪽 방향으로는 이랑이 부정형을 띠고 있다. 이랑규모는 두둑너비 45~150cm, 고랑너비 40~87cm, 고랑높이 13~15cm다. 내부에서는 빗살무늬토기편 1점과 돌화살촉 1점이 나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특히 하층 밭 750㎡ 면적에서는 다양한 이랑이 지어졌는데 복합작물을 식재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일궈진 상층 밭은 하층 밭에 비해 이랑이 나란히 길게 늘어선 전형적인 밭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랑방향은 하층 밭과 동일하게 구릉의 등고선과 직교된다. 이랑 규모는 평균 길이가 9.7m, 두둑 너비 38~82cm, 고랑너비 40~90cm, 고랑높이 15~17cm다.
연구소가 이번에 발굴된 이 밭을 신석기 시대로 파악한 근거는 하층 밭과 5호 집자리 의 토층 관계다. 5호 집자리가 해발 2.63m 높이에서 확인되는 하층 밭을 파고 조성된 것이 뚜렷히 관찰되고 있어서다. 즉, 하층 밭이 먼저 일궈진 후 5호 집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5호 집자리 연대는 집자리 바닥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편 4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신석기 중기 유물로 편년된다.
더불어 모래를 시료로 분석하는 OSL(광자극 루미네선스측정) 연대측정 결과 하층 밭이 BC3000년 즉 5000년 전의 것으로 나타났다. OSL은 햇볕이 차단된 모래가 그동안 흡수한 빛을 방출하는 양을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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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밭 유적 중 가장 빠른 시기의 것은 청동기 시대였다. 중국의 경우, 신석기 시대 초기부터 농경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긴 하나 밭이 확인되지 않아 '화전'과 '씨 뿌리기' 같은 단순한 농경방식 정도로만 추정하고 있다.
이번 발견으로 신석기 농경에 대한 보다 자세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연구소는 현재 농경에 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유적퇴적환경분석, 토양미세형태학적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분석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배식물 종류와 정확한 연대가 추후 밝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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