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로부터 당신이 훈장을 받았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시초문이라는 것이다. 다음 날 신 소령에게 언제 어느 전투에서 무슨 공을 세워 훈장을 받은 것인지, 내용을 좀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다. "아버님은 3사단 23연대에서 복무하셨고 1953년에 529고지(일명 관망산 전투 1953년 6월25일~7월3일)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화랑무공훈장을 받으셨습니다."
6ㆍ25전쟁 전사자는 13만7000여명이고 실종자가 2만여명이다. 전사자 가운데 국립묘지에 안장된 유해는 4만여구에 지나지 않는다. 4만여구는 북한과 비무장지대(DMZ)에, 나머지는 이 땅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나마 2만여명은 유가족을 찾지 못해 전사 통지서조차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태 자신이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참전용사도 7만8000여명에 이른다.
안타까운 일은 또 있다. 생존한 참전용사 17만여명 대부분이 80세가 넘은 고령으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그 와중에 해마다 1만5000여명은 세상을 떠난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따르면 그들의 월평균 소득은 37만116원. 1인 최저생계비 55만3354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65세 이상 참전용사가 받는 수당은 고작 월 1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잘난 국회의원의 연금 120만원의 10분의 1이다.
그들이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참전수당을 인상하는 등 최소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이 나서야 한다. 경제적인 도움뿐만이 아니다. 500여명으로 추산되는 국군포로의 송환은, 아직 시작도 못 한 북한 지역과 DMZ의 유해 발굴 작업은 어찌할 건가.
200만명의 사상자와 1000만명의 이산가족을 남긴 6ㆍ25전쟁. 아직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얼치기 진보들이야 그렇다 치자. 자유 대한민국을 사는 오늘의 우리도 혹 그들의 희생을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전쟁의 참혹한 기억은 잊어도 전쟁이 일어났었다는 사실마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직 돌아와야 할 이들이 많고, 돌봐주어야 할 이들도 많다. '6ㆍ25'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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