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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자 200만 시대는 어떻게 오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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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옛날 카드대란 때만 해도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빚이 늘고, 이것을 돌려막다 보니 다중채무자가 되는 수순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하우스푸어' 처럼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돼 쉽게 풀기가 힘들어졌습니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대출자를 뜻하는 '다중채무자' 문제가 가계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때 가계부채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된 것이 바로 다중채무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다중채무자는 182만명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까지 포함하면 2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전만 해도 150만명대였던 다중채무자는 5년만에 30만명 늘었다. 2007년 말 152만명이었던 다중채무자는 2008년 168만명, 2010년 177만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다중채무자 문제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지적한다.
최재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관리부 팀장은 "부채상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 구조가 된다"며 "저신용·저소득층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는 없고 부채는 점차 늘어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버는 돈은 부족한데 부채 등으로 쓸 돈이 너무 많아 계속 고금리 대출에 손을 벌려야 하는 악순환이 온다는 설명이다.

최근에 캠코가 진행한 서민금융포럼에서도 다중채무자들은 만성적인 생활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날 대부분이 다중채무자인 캠코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계의 월 소득이 평균 179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객들은 월소득의 3분의 1 수준인 약 60만원의 소득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생활비나 부채상환 등을 위해서다.

다중채무의 이유가 카드 과소비 등 개인 문제에서 하우스푸어 등 구조적인 문제로 바뀐 것도 눈여겨 볼 변화다.

다중채무자가 크게 늘어났던 2003년 카드대란 당시에는 무분별한 신용카드·현금카드 사용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현재는 다중채무의 개념이 조금 바뀌었다. 신용카드 연체의 비중이 여전히 크지만, 하우스푸어나 대부업체 등 다중채무에 빠질 수 있는 이유가 다양화됐다는 설명이다.

최 팀장은 "과거에는 카드론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대부업체 대출로 인해 다중채무자가 되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며 "하우스푸어 계층이 늘어난 것도 다중채무자 증가에 연계되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는 한편 서민금융 확대를 통해 다중채무자 증가에 대응하고 있지만, 향후 문제가 나아질 기미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TF를 통해 다중채무자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으로 파악 중이다"라며 "상황 분석은 어느 정도 끝난 상태지만,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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