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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 '콘서트 경영학'..문화 폭발시킨 카드사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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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째 슈퍼시리즈 행사 대성황
- 브랜드 가치 상승·수익도 늘어
- 삼성·국민 등 잇따라 벤치마킹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에미넴 콘서트에 꼭 가고싶은데, 표를 얻으려면 아무래도 현대카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게 좋겠죠?"
'콘서트에 가기 위해 카드를 만든다'는 트렌드를 만들어 낸 현대카드, 이번에는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에미넴(Eminem)으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13일 진행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7 EMINEM'의 선예매분 4000석이 3분만에 매진됐다고 밝혔다. 이 좌석은 현대카드 소지자만 예매할 수 있다. 티켓이 판매되기 시작한 이날 12시경부터는 티켓 판매처인 인터파크는 접속화면이 지연되기도 했다. 에미넴 신드롬이자, 현대카드 현상이다. 일반 예매일인 14일엔 1만5000여장의 티켓을 판매할 계획인데, 현대카드 소지와 상관없이 예매 가능하다.

현대카드는 슈퍼콘서트를 열 때마다 자사 카드를 소지한 고객들이 좋은 좌석에서 공연을 누릴 수 있도록 매번 하루 앞서 선예매를 실시한다. 현대카드로 결제할 경우 20% 할인 혜택까지 있어 해당 뮤지션의 팬들은 미리 현대카드를 만들어 두기도 한다. '좋은 콘서트에 가려면 현대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공식화된 셈이다.
이 같은 공식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카드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테니스 경기를 '슈퍼 매치(Super Match)'라는 이름으로 개최했다. 처음 행사를 발표할 때만 해도 성공을 점치는 이는 드물었지만, 슈퍼 매치는 예상을 뒤엎으며 매번 흥행에 성공했다. 피겨스케이팅, 스노보드, 댄스스포츠 등 역발상과 과감한 실행으로 국내 팬들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는 콘서트에도 뛰어들었다. 현대카드의 '슈퍼콘서트'는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초대형 공연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문화 마케팅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들었다.

2007년 1월 세계 최정상의 팝페라그룹 일디보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디바 비욘세, 2008년 11월 빌리 조엘, 2009년 1월 플라시도 도밍고에 이어 휘트니휴스턴, 어셔, 스티비원더, 마룬5, 레이디가가 등이 차례로 슈퍼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이 외에도 현대카드는 각 부문의 리더와 관객이 생각을 나누는 슈퍼토크, 연극이나 전시, 무용 등 모든 장르를 총괄하는 컬처 프로젝트 등의 문화 마케팅으로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카드사가, 왜 주업도 아니고 수익도 나지 않는 문화행사를 하나요?"

현대카드에 대한 단골 질문 중 하나다. 사실 대규모 콘서트 이벤트는 수익성과는 동떨어져 있다.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한 콘서트 기획에 비해 티켓 판매를 통한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고, 단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타 기업의 후원도 전혀 없다.

그렇지만 문화 이벤트를 지속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경쟁사와 비교해 흉내낼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카드 측은 "지난 7년간 슈퍼시리즈를 진행하면서 국내 어떤 기업보다 트렌드에 앞서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행사도 최고 수준으로 기획, 진행해 현대카드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남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체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슈퍼시리즈 행사에서는 현대카드 회원 외에는 어떤 제휴카드나 서비스 혜택을 주지 않아 현대카드 회원만이 유일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온리 원(Only One)'의 단독 스폰서십을 고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다.

브랜드 가치 제고 뿐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도 누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공연에 따라 20∼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통상 R석을 기준으로 입장권 가격이 1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2만∼3만원을 아낄 수 있는 매력적인 혜택이다. 현대카드가 없는 고객의 경우 바로 만들어 결제하더라도 연회비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더구나 슈퍼콘서트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어서 공연을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대카드의 문화 마케팅은 타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카드 SELECT(셀렉트)'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말 조용필 콘서트, 올해 이승환 콘서트, 뮤지컬 엘리자벳 등을 후원하고 있으다. 롯데카드도 올 4월 '뮤직으로 무브 in 광주'를 시작으로 공연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KB국민카드 또한 지난해 'KB국민카드 락페스티벌'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그렇지만 대형 문화 마케팅은 아직은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다른 카드사들은 왜 이런 대형 마케팅을 흉내내지 못할까?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든다. 20억원∼30억원이 훨씬 넘는 공연 비용을 대기가 쉽지 않다. 카드업계에선 이를 오너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현대카드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타사들간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자가 있는 현대카드의 기획력과 자금력, 실행력을 따라가기는 쉽지는 않다"며 "수십억짜리 공연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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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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