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가 이날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1년 째 연 3.25%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로 인해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큰 타격을 받았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올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무역손실 규모는 18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중국 경제의 위축 추세가 계속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중국의 올 1분기 GDP성장률은 8.1%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하락세다. 중국의 올 2분기 성장률이 7.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도 1월 2.3% 역성장 한 이후 3월 -4.2%, 4월 -2.9% 등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내수가 좀체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도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국민총소득(GNI)은 올 1분기에 0.2% 성장에 그쳐 국민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내수 척도인 가계소비도 0.9% 증가에 그쳐 2010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상조'= 글로벌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과 호주에 이어 중국까지 금리인하에 동참한 만큼 일 각에서는 이번 금통위의 기준 금리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그동안 한은이 금리인상을 미뤄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됐고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7%를 기록하는 등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여전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개월째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석유제품(8.1%), 전력 수도 가스(10.1%) 등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문의 상승률은 상당히 높다.
특히 최근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이상 기후 현상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국제 유가 상승 등 물가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해외IB "한은, 연내 금리동결 유지"=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올 연말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최대 50bp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쳤던 IB 들은 유로존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내 물가위험도 상존하는 만큼 한은이 연말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HSBC는 "국제유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4% 상승했다"며 물가불안 요인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한국경제가 크게 둔화되지 않는 한 한은이 금리동결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김남현 유진투자선물 애널리스트는 "국제금융시장 안정과 적정수준의 경제성장, 높은 인플레 기대심리 등 김중수 총재가 밝힌 3대 기준금리 인상 조건이 여전히 충족되고 있지 못하다"며 "금리 인하 역시 지금 단행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