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앞바다 정체불명 녹조류의 습격에 초비상

인천 앞바다가 녹조류의 이상 번식으로 비상이다. 지난 13일 인천 팔미도 앞바다에 출어했던 어선 은하호 선장 한결렬씨가 물고기는 없고 녹조류로 가득한 그물을 들어 올려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환경운동연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 앞바다가 녹조류의 '습격'으로 비상에 걸렸다. 인천 송도ㆍ영흥도ㆍ팔미도ㆍ선재도 등의 앞바다는 이미 '물 반 녹조류 반' 상태다.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가동된 시화조력발전소를 의심하고 있다.

15일 인천 소래포구 어민들과 인천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최근 시화조력발전소 인근 인천 앞바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녹조류가 대량 번식하고 있다. 10여일 전 부터 나타난 녹조류는 현재 송도 앞바다는 물론 팔미도ㆍ영흥도ㆍ선재도 등 해역에 넓게 퍼져 있는 상태다. 시화조력발전소 앞 해역에는 녹조류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송도 LNG 인수기지 앞 쪽은 녹조류로 가득 차 배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다.

현재 확인되고 있는 녹조류는 김처럼 넓고 길게 생긴 파래류와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긴 파래류의 두 종류다. 주로 민물이 섞이는 바닷가에 자라는 녹조류로 보이긴 하지만 아직 정확한 종류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녹조 현상은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번식 결과 발생하는 녹조 현상과는 달리 녹조식물인 파래류가 해양에 퍼지면서 생긴 녹조현상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발생한 일로 알려졌다. 어민들은 "수십 년동안 인천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해왔지만, 이런 녹조류 대량 증식은 처음 본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어민들은 꽃게·광어잡이에 한창 나설 때이지만 녹조류로 인해 조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인천 소래포구에서 팔미도 앞바다로 조업을 나갔던 2.9t 어선 은하호의 그물엔 물고기는 간데없고 녹조류만 가득 차 있었다.

은하호 선장 한경렬씨는 "몇시간 조업을 했지만 꽃게 10 마리와 광어 2마리를 겨우 잡았을 뿐 그물 마다 녹조류만 딸려 올라왔다"며 "녹조류 때문에 그물은 망가지고 물고기는 못 잡는 사태가 벌써 10일째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10월 본격 가동된 시화조력발전소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화호에서 오염된 퇴적물이 가득 찬 바닷물이 인천 앞바다로 흘러 나와 이런 일이 생긴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건설 당시부터 조력발전이 가동되면 시화호 바닥에 쌓여있는 오염된 퇴적물이 바다로 유입돼 해양수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퇴적물 준설을 선행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공사를 강행해 결국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미 지난해 10월 시화호 가동 직후 용존산소 부족으로 숭어 1만여 마리가 폐사한 사태가 벌어졌고 해마다 여름이 되면 250억 마리의 유독성 보름달물해파리를 쏟아내는 등 시화호의 오염과 무책임한 조력발전 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의 교통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래포구 어촌계과 한국해양연구원,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팔미도 해역에서 녹조류 번식 실태를 공동 조사한 후 원인 규명ㆍ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