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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끝없는 추락…뇌물·구속·또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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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한수원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납품 대금의 2~3%를 뇌물로 챙겨왔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수사 과정에서 동료가 목숨을 끊었는데도 한수원 직원들은 납품업체에 계속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적 비리에 한수원 간부들이 개입돼 있다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관정)는 3일 이런 내용의 원전 납품비리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한수원 직원 4명과 브로커 1명 등 5명을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하고 납품업체 대표 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납품업체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500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고리원전 이모(46) 차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조사 결과 영광원전 3발전소 기계팀 이모(44) 과장과 고리원전 허모(55) 계통기술팀장, 월성원전 정모(49) 제어계측팀장, 고리원전 1발전소 계측제어팀 문모(53) 차장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1억8000만원의 뒷돈을 챙겨왔다.

도덕적 해이 수준은 심각했다. 이들은 아예 납품 대금의 2~3%를 지정해 주기적으로 뇌물을 받았고, 지난 2월 검찰 수사를 받던 동료 직원이 자살했는데도 납품업체에 계속 금품을 요구했다. 일부 직원은 대놓고 자신의 계좌로 돈을 받기도 했다.

뇌물수수의 대가는 수의계약이었다. 이들은 한수원이 특정업체를 추천해 여기서 설비나 부품을 개발하면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되고, 수의계약도 할 수 있게 한 '현장기술개발과제 제도'를 악용했다. 뇌물을 준 업체가 자연스럽게 추천 명단에 올랐다.
조직적 비리에는 브로커도 끼어 있었다. 브로커 윤모(56ㆍD사 회장)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수원 임직원에 대한 로비와 금융기관 대출 알선 등의 명목으로 16억9000만원을 받았다. 납품업체 이모(54) 대표는 2010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원전 직원 3명에게 2억원을 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검찰은 앞으로 한수원 본사를 조사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검찰은 구속된 정씨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10억원이 한수원 간부 등 윗선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한수원 조모(63ㆍ경찰 치안감 출신) 전 감사를 통해 브로커 윤씨를 만난 본부장급 전ㆍ현직 고위 임원 3~5명도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 등 외부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 한수원 비리는 올해 대선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한수원이 관리하는 원전에서는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해 안전 문제에 대한 염려를 키웠다. 지난달 30일 영광원자력발전(영광원전) 6호기가 정상운전 중 원자로 냉각재 방사능준위가 상승했고, 원인 분석 결과 경미한 연료 결함이 드러났다.

영광원전 측은 "현재 원자로 냉각재 방사능 준위는 방사능 경보가 울리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면서 "밀폐된 원자로 냉각재 계통 내부의 방사능 준위 상승이어서 발전소 내ㆍ외부로 방사능이 누출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비리와 사고가 반복되는 건 원전 납품 시장이 한수원이라는 독점적 수요자와 제한된 공급자만 존재하는 철저히 닫힌 시장이라서다. 시장 진입은 어렵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큰 파이를 소수가 나눠먹을 수 있다. 전문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시장 진입을 제한해왔지만, 결국 이런 구조가 고질적인 문제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한수원의 심각한 비리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어느 누구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는 발전소의 폐쇄된 구조와 인맥 카르텔이 부패의 고리를 만든다"면서 "외부 감시 장치를 만들고 정년퇴임한 직원들이 감사나 납품업체 대표로 계속 한수원 언저리를 맴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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