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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기업 뜻대로 흘러가는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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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동반위 본회의에서 정운찬(가운데) 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동반위 본회의에서 정운찬(가운데) 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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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결국 대기업 뜻대로다. 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얘기다. 대기업이 거부하던 이익공유제는 좌초 위기고,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 쪽에 목소리를 실어주고 있다. 대기업으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장희 동반위 신임 위원장은 오는 30일 제15차 본회의를 통해 첫 외부 행보에 나선다. 애초 이날 발표될 예정이던 동반성장지수 논의는 연기됐다. 동반위는 "신임 위원장의 업무 파악이 아직 덜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아직 공식 취임 전이지만, 이미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향후 본인이 그려나갈 모습을 밝혔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그가 "동반성장은 포스코식 모델이 이상적"이라고 밝힌 점이다. 포스코식 모델이란 성과공유제를 뜻한다. 성과공유제는 정운찬 전 위원장이 "언 발에 오줌누기"라며 비판했던 제도다.

성과공유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익공유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동안 정 전 위원장과 동반위는 이익공유제를 주장한 반면, 대기업 등 재계는 성과공유제를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제도다. 연초 목표 이익을 정한 뒤 연말에 초과이익을 협력사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식이다. 반면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그 성과를 나누는 제도다. 여기서 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제8조는 성과공유제의 성과를 `대기업의 지원으로 협력사가 달성한 성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것이고, 성과공유제는 협력사의 성과를 대기업과 나누는 것이다. 개념상으로는 이익공유제가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2010년 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이익공유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계는 동반위 본회의를 보이콧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결국 지난 2월 이익공유제를 '협력이익배분제'로 이름을 바꾸고, 실행 방식도 대기업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겨우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장희 위원장은 이익공유제 보다는 성과공유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 전 위원장이 사활을 걸고 도입한 이익공유제가 사라질 지도 모르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 전 위원장 퇴임 후 "이제 이익공유제 도입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얼마 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만나 성과공유제 추진에 합의했다.

대기업이 성과공유제를 바라는 이유는 이미 포스코 등 많은 대기업이 시행 중인 동반성장 제도와 비슷한 점이 많아 이익공유제보다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사와 나눠야 하는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으로서는 절대 찬성할 수 없는 제도다. 동반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이익을 평가하고 이를 협력사와 나누는 이익공유제가 동반성장에는 더 맞다고 생각해 추진한 것"이라며 "이익공유제를 대신해 성과공유제를 도입한다는 건 개념상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전했다.

동반위는 협력이익배분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동반위를 출범시킨 현 정부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태생상 동반위나 거기서 나온 각종 정책들은 현 정부와 생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도입할 유통·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도 제대로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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