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자산 기피 현상은 앞으로 여러 해 이어지면서 역내 채무 위기국들의 경제 회생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CBP가 전 세계 중앙은행 보유 자산의 약 절반인 6조 달러를 운용하는 중앙은행외환 매니저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재정 위기를 계기로 유로화 자산에 대한 투자 태도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유로화의 기축통화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매니저의 29%는 지난 12개월 사이 보유 외환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반면 늘렸다는 비율은 8%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도 CBP 조사와 대동소이하다. IMF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보유 외환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분기 26.7%에서 작년말 25.0%로 떨어졌다. 달러는 같은 기간 60.5%에서 62.1%로 상승했다.
유럽 국채 투자도 안정된 일부 국가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로 자산 비중을 3분의 2가량 줄였다는 미 중앙은행 외환 매니저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독일, 프랑스 및 네덜란드의 국채만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신흥국 중앙은행 매니저도 "신용 등급이 강등된 몇몇 유로국은 더는 투자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BP 조사 대상 매니저의 90% 이상은 등급 변화가 외환 운용에 "매우 중요하다" 또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달러화의 위상은 여전했다. 지난해 8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최고 신용 등급을 박탈했지만 박탈됐지만 조사대상 매니저의 90% 이상은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이 불변이라고 응답했다.
매니저들은 미국 달러 외에 대안도 찾고 있다.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은 5년 안에 달러 대신 캐나다 달러나 호주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40% 이상은 위안화나 북유럽 통화들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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