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경제성장...중국에게 한 수 배워라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는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화로 책을 시작한다. 2007년 11월, 중국 중앙정부의 한 관료가 베이징국제금융포럼(IFF)에서 "중국 정부는 미국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외환보유액 통화 조합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한 마디를 던진다. 고위급도 아닌 중간 관료가 '무심코' 한 말이었다. 그러나 몇시간 후 국제 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 1.2%, 엔화 대비 1.7% 추락한다. 긴 설명이 필요없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비견될 만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다.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는 여러 학자들의 글을 한 데 실어 중국의 '부상'이 가능했던 이유를 자세하게 조명한다. 존스홉킨스대에서 펴낸 만큼 세계 자본주의 체계 이론의 '거두'인 조반니 아리기(Giovanni Arrigi) 교수와 홍호펑(孔誥烽)교수 등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됐다. 그만큼 쉽게 읽히는 책이라기보다 학술서에 가깝다.
이 책의 관심사는 지금 중국이 보여주는 눈부신 경제발전뿐이 아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지난 100년간 어떻게 세계의 중심으로 진출해왔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아리기는 2장 '장기적인 관점으로 본 중국의 시장 경제'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중국은 19세기 말 서구에 주도권을 잃고 오랜 황폐기를 겪었을까? 2차 대전의 상흔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명나라 시대의 중국은 유럽이 '문물'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대국이었다. 그렇다면 21세기로 돌아와 중국이 다시 쥐게 된 주도권은 과거의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 마지막 질문부터 살펴보자. 중국의 성장 원동력은 '찬란한 과거'로부터 계속 유지돼온 것이다. 하나는 화교다. 화교들은 중국이 지역 경제와 세계 경제에 재통합되는 데 다리 역할을 했다. 나머지 하나는 '양질의 저비용 농촌 노동 대중'이다. 아리기는 "이 두 유산은 중국의 경제 '기적'을 가능케 한 유일한 요소는 아니었으나 가장 본질적인 요소였다"고 진단한다. 중국의 현재가 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500년간 체제 안정을 바탕으로 견고한 국가 체제를 구축했으나 19세기 아편전쟁에서 패배하며 유럽을 강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중국이 다시 떠오른 이유다. 게다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중국 공산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 쏟아부은 돈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성장을 도왔다.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군사 체제는 베트남전 패배와 함께 무너졌으나 일본 경제는 계속 규모가 커졌고,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투자가 중국에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과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혼자서 패권을 쥐기는 어렵다는 데 필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세계 체계는 언제나 '힘의 균형'을 이룬다. 20세기 말 동아시아 비중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은 공산주의 체제, 특히 구소련의 몰락이었다. 중국이 여기서 힘을 더 키운다면 또 균형의 재배치가 일어나게 된다. 이 책은 중국이 미국에게서 헤게모니를 빼앗아오려면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러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기술력, 중국의 자금력이 '한 쌍'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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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를 담은 책은 최근 몇년간 여럿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도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는 중국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미래를 점치기에 유용한 책이다.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홍호평, 조반니 아리기 외 지음.하남석 외 옮김.미지북스.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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