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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버크셔 연례서한을 통해 버핏의 생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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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버크셔 연례서한을 통해 버핏의 생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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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런 버핏의 이름은 경제보다 정치뉴스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그가 미국 정부에 제안한 버핏세 도입이 한국에서도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부자에서 역대 최고의 자선사업가까지 그의 이미지는 날로 입체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버핏의 본분은 역시 주식투자다. 3월 4일 버크셔 헤서웨이의 연례서한이 공개되었는데 올해 역시 투자의 지혜를 재미있는 표현으로 아낌없이 담고 있다. VIP투자자문은 21페이지에 이르는 내용 중 한국의 가치투자자들이 참고할만한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버크셔의 성적
2011년 버크셔의 장부가치 증가분은 4.6%였다. 유럽 금융위기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같은 기간 S&P500이 2.1% 상승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하지만 운용자산 규모가 워낙 커지다 보니 2000년 들어서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어 1965년부터의 연평균복리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현재 버핏의 연평균복리수익률은 19.8%로 누적수익률은 513,055%다.

작년에 일본 지진, 태국 홍수 등 전세계적으로 유독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버크셔의 주요 사업인 재보험 또한 타격을 입었다. 건설 및 건자재 자회사들도 성장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버핏은 작년 주택시장이 1년 정도 후 회복되기 시작할 거라고 단언했는데 완전히 틀렸다고 술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긍정론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공급보다 미국의 가구수 증가가 더 빠르다는 것이 근거다.

지난 레터에서 가장 골칫거리라고 언급했던 넷제츠가 턴어라운드 했다고 선언한 점이 눈에 띈다. 버핏이 위대한 투자자이자 오퍼레이션에도 강한 위대한 사업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복합기업인 마몬, 철도회사인 벌링턴노던산타페, 이스라엘 절삭공구기업 이스카가 매출, 이익 모두 성장하며 버핏의 칭찬을 받았다.
* 버핏의 투자지혜 #1
- 버핏은 건설과 건재자 자회사를 나쁜 비즈니스라고 폄하하지 않는다. 단지 호황기 때 만들어 놓은 집이 많았던 결과 때문이며 모두들 전망을 좋게 보지 않고 공급을 줄이는 반면 가구수가 증가하면 결국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아지며 상황이 바뀔 것이라 전망한다. 그는 막연한 기대보단 구체적인 숫자에 근거해 사업의 전망을 판단하며 상황이 반전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있는 투자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 버핏은 발전 및 철도 자회사를 유틸리티가 아닌 자본집약적 규제산업이라 구분해 사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 즉 사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자본지출이 필수적이며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가 싫어하는 건 현상유지를 위한 자본지출이지 성장을 위한 자본지출이 아니다.

- 버핏은 넷제츠의 향후 성장전략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제시하고 있다. 전용 제트기 임대 서비스가 중국 부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 보는 듯 하다. 중국 부호들의 지갑을 노리는 접근은 버핏도 인정한 좋은 투자아이디어임을 보여준다.


2. 자사주 취득

작년 9월 버크셔가 자사주를 취득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버핏도 이제 투자아이디어가 다 떨어진 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자사주 취득에 대한 두 가지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자사주는 사업의 안정성을 해하지 않을 정도로 현금을 가지고 있을 때만 사야 한다는 것이다. 버크셔 또한 보유현금이 200억달러 이하로 내려간다면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을 거라 천명하고 있다. 반대로 버핏은 현재로선 버크셔의 보유현금이 과다하며 자사주를 사는 것이 주주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한 셈이다.

둘째, 자사주 그 자체가 좋은 것이긴 하지만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되었을 때 사야 주주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버핏이 버크셔에 적용하는 기준은 주가가 주당 장부가의 110% 아래일 때이다. 실제로 버크셔는 6700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에 그쳤는데 주가가 기준을 넘는 바람에 자사주매입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 버핏의 투자지혜 #2
- 좋은 자사주 취득은 사업의 영속성 담보와 내재가치 대비 주가의 할인 상태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만 성립된다.

3. 2011년 투자 건

2008년에 버핏은 유동성 위기를 겪던 골드만삭스, GE, 스위스리의 우선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런데 위기를 이기고 살아난 이들이 우선주를 재매입하며 버핏은 128억달러를 손에 쥐게 되었고 2011년에 다시 대규모 투자에 자본을 배치했다. 그 결과가 BoA 우선주 투자 50억달러, 루브리졸 인수 90억달러, IBM 매수 109억달러 등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술주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버핏의 IBM 투자다.

IBM 건에 대해 따로 자세한 이유를 기술해 놓고 있진 않지만 자사주 취득의 효과를 설명할 때 IBM의 예를 사용하며 한 언급을 통해 투자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버핏은 레터에서 IBM의 본 사업이 좋다거나 경제적 해자가 있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대신 세 가지에 걸친 현명한 자본배치 능력을 칭찬하고 있다. 첫째 부채를 적절히 활용했으며, 둘째 기업인수 시 주식 대신 현금을 지급해 주주가치를 보존했으며, 셋째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종합해볼 때 버핏에게 업종이 IT냐 아니냐 보다는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을 바탕으로 얼마나 주주이익을 증진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 듯 보인다.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한 점도 버핏답다. 몇 년 전 Energy Future Holdings라는 텍사스 발전소에 2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2010년 10억달러, 2011년 3.9억달러를 상각했을 정도로 실패를 했다고 자평한다. 이유는 이 회사의 이익이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되어 있는데 투자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내리막을 탔기 때문이다. 요즘 한참 화제가 되고 있는 셰일가스의 영향을 당시에 버핏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 버핏의 투자지혜 #3
- 버핏은 업종에 대한 호불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이익의 미래 예측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 경영자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이익을 추가로 창출하는가를 중요시 여긴다. 아이템이 얼마나 성장가능성이 높은가, 어느 회사에 납품을 하느냐에만 초점을 맞추는 우리나라 IT투자자들과는 다른 접근방법인 셈이다.


4. 금과 채원 vs 주식 논쟁

달러 프린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문제는 이제 삼척동자까지 인식하고 있는 이슈다. 실제 버핏도 인터뷰와 주총을 통해 지난 수 년 동안 이 문제를 지적해왔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이의 해결책으로 금을 사기 시작하고 쏠림현상이 과다하다고 판단했는지 이번 레터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해 금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요지는 투자라는 행위가 현재의 구매력을 포기하고 미래의 더 나은 구매력을 취하는 것인데 금은 생산성이 없어 그 자체로서 구매력의 변화가 없을 뿐이라 금 투자는 미래에 더 높은 값을 쳐줄 구매자를 찾는 기대감의 소산물일 뿐이란 것이다. 심지어는 금 투자를 인터넷과 주택 버블에까지 빗댈 정도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다.

이에 관한 재치 넘치는 비유도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 전세계의 금을 다 모으면 170,000톤으로 68평방피트의 덩어리쯤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 가치면 미국의 모든 농장을 다 사고도 16개의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을 더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는 버핏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9.6조달러가 있다면 가치의 변화가 없는 금덩어리를 택할 것인가, 각종 농산물과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수단을 택할 것인가?

금과 더불어 저금리 채권을 사는 사람들도 버핏의 조롱 대상이다. 버핏은 저금리 채권은 인플레이션도 헷지하지 못하므로 단기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오직 채권은 80년대 초처럼 충분한 이자를 제공할 때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결국 버핏은 소비자들에게 재화와 용역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주식이 인플레이션을 이기고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렇다면 버크셔의 최종적인 목표는? 당연히 A급 비즈니스들의 지분 전부 혹은 일부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이다.

* 버핏의 투자지혜 #4
- 최고의 투자처는 A급 기업의 주식이다.


5. 버핏의 후계자

투자 부문의 후계자는 2011년 합류한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로 확정되었다. 두 사람 모두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일부분만 관리하고 있지만 버핏으로부터 전체를 운용할만한 두뇌와 판단력 그리고 성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버핏과 멍거가 그랬듯이 후계자 또한 복수의 파트너를 만든 셈인데 자신의 성과를 80% 그리고 다른 파트너의 성과를 20% 반영해 보상체제를 만든 점이 흥미롭다. 개인적인 성과를 추구하면서도 투자과정에 있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라는 메시지로 해석이 될 수 있겠다.

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받을 후계자에 대해선 능력과 품성 면에서 이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커멘트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히진 않았다. 경영경험이 풍부한 자회사의 경영자 중 한 명일 것으로 추측된다.

* 버핏의 투자지혜 #5
- 투자를 잘 하기 위해선 좋은 두뇌, 판단력, 성품이 필요하다.


6. 버핏식 조크들

“IBM이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주식수를 우리가 보유한 6,390만주까지 줄인다면 나의 검소함을 포기하고 버크셔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베풀겠다”

“찰리는 제2의 아지트 자인이 나타난다면 나와 맞바꾸려 들 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은 없다”

“도마뱀 게코는 가이코를 홍보하는 매우 사랑스러운 모델인데 다른 보험사들의 모델과 달리 에이전트가 없어서 좋다”

“달러 지폐에 In God We Trust라고 찍혀 있지만 정부의 지폐 인쇄기를 움직이는 손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채권은 리스크프리 리턴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리턴프리 리스크를 제공한다”(셸비 데이비스의 말을 인용)

“처음엔 현명한 사람들이 시작하지만 끝에 가서는 바보들이 한다”

“주총 당일 7시에 신문 던지기 대회가 열린다. 작년 버크셔가 오마하월드헤럴드 신문사를 인수했을 때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내가 10대 때 50만장의 신문을 배달하며 터득한 신문 접어 던지기 기술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35피트 거리에 있는 통에 던지기를 할 텐데 나보다 잘하면 데어리퀸에서 제공하는 딜리바를 상으로 받게 된다”

“주총 중 오마하 동쪽 공항에 넷제츠의 비행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돈을 좀 쓰는 사람이라면 버스 타고 와서 전용기 타고 갔으면 한다”

원문읽기 : http://www.berkshirehathaway.com/letters/2011ltr.pdf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wallstreet@vipas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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