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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통신주 탈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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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통신주들이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각 당에서 경쟁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기본수수료, 가입비 폐지에 문자메시지 무료화까지 파격적이다 못해 통신회사로서의 존립기반을 위협할만한 수준의 공약이 대부분이다. 한 푼이 아쉬운 판에 주머니에서 나가는 통신비를 아껴주겠다는 제안을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통신주를 갖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엄연히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선심을 쓰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동네북 통신주 탈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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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을 하는 회사들이 수익성이 좋으면 애국이지만, 내수에서 수익성이 좋으면 서민의 고혈을 빠는 악덕 기업으로 비판 받는 분위기라 내수주는 최근 몇 년 사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원가인상분을 제때 전기요금으로 반영시키지 못해서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한국전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주들의 분노는 전임 김쌍수 사장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정부의 입김은 여전해 한국전력의 수익이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은 요원한 상황이다.
한전과 마찬가지로 통신회사를 둘러싼 환경이 최악이라지만 주가는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항상 시장의 주목을 받게 마련인 대형주에서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한국의 통신주만이 배당수익률 6%대를 훌쩍 넘기고 있다. 통신사들이 이익과 무관하게 실질적인 정액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고, 통신업체들의 5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가 3%대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투자자 입장에서 배당투자만 가지고도 접근해 볼만한 셈이다.

가치투자는 꿈에 주목하기 보다는 오해를 풀어가는 작업이다. 숫자상으로 저평가된 주식은 많이 존재하고 그 중 대부분은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고된 작업이긴 하지만 쓰레기통을 뒤지는 심정으로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현저히 낮은 가격표가 매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실제 가치와의 차이만큼이 수익률로 보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시장에서 가장 인기 없는 주식인 통신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SK텔레콤? 하이닉스 인수로 하이브리드 성격의 투자 가능
SK텔레콤 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최근 사명을 SK하이닉스로 개명한 SK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이익개선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통 M&A시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크게 붙기 마련이지만 워낙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을 때 협상을 진행한 덕분에 하이닉스를 비교적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 게다가 투자금액의 70% 인 2조 3천억원 수준을 유상증자로 내부에 유보시킴으로써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자금까지 확보하는 묘수를 두었다. 그 뒤 마침 일본의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D램 시장의 치킨게임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이닉스로 인한 SK텔레콤의 지분법 이익 개선가능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SK텔레콤이 통신주로서 본연의 매력을 가장 크게 발산하는 부분은 정액배당 정책이다. 하이닉스를 인수에 따른 배당금 축소를 우려하는 주주들에게 정액배당 정책의 지속을 약속했던 SK텔레콤은 실제 매년 주당 9,400원을 배당하고 있다. 이는 현재 주가인 138,000원 기준으로 6.81%에 달하는 높은 시가 배당수익률이다. 이 정도의 배당수익률은 대형주뿐만 아니라 전체 상장기업을 합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이닉스 건이 이익개선폭을 크게 가져올 수 있는 악셀레이터라면, 정액배당정책으로 인한 높은 배당수익률은 추가적인 주가하락을 막는 브레이크의 성격이 있다고 하겠다.

반대 시나리오로 SK하이닉스가 원래 인수 취지와는 달리 기업가치의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파산한 엘피다 인수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파산한 엘피다까지 눈독 들이는 모습에 지나치게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실제 인수의사가 있다기 보다는 경쟁사의 내부 상황도 살펴보고, 잠재 경쟁자들의 인수가격도 올리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 뒤 우려의 목소리는 다소 잠잠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업의 안정성을 보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하이닉스의 실적과 경쟁사 인수 이슈는 미래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KT? 이석채 회장의 리더십과 숨겨진 자산

무선시장의 1등은 엄연히 SK텔레콤이지만 정작 통신시장에서 각종 이슈를 생산하며 실질적인 리더십을 행사한 회사는 KT 였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이석채 회장이 존재한다. 2G 종료를 밀어 부치고 일방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TV앱을 중단시킨 결정은 그간 고분고분하고 논쟁에 휘말리기 싫어하던 통신사 CEO들의 이미지와는 한참 다르다. 아이폰 도입으로 국내에서 스마트폰 경쟁을 점화시켰던 예전 기세에 비하면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이석채 회장은 연임을 확정하며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KT는 원래 배당성향을 50%씩 유지하던 회사였다. 이익이 증가하면 배당금이 늘어날 수 있지만, 역으로 이익이 감소할 경우에는 배당금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이 KT주주들의 불안감이었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이 임기 중 2011년과 동일한 최소 2,000원 배당금을 약속하면서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SK텔레콤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현주가 30,700원을 기준으로 6.5% 수준의 배당수익률은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유도하는 장치로서 의미가 있다.

KT의 투자매력은 숨겨진 자산가치에 있다. 기술발달로 인해 예전에 넓은 면적을 차지했던 전화국이 이제는 훨씬 더 적은 공간만 필요한 반면, 예전 전화국은 여전히 주요 도시의 시내 요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의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KT는 공시지가 기준 5조 5,730억원 규모의 부지와 장부가액 2조 3,210억원 규모의 건물을 보유 중이다. 작년 2G종료에 따른 보상 비용 등 손실요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보다 실적이 선방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5,100억원 수준의 부동산 관련 매출 덕택이었다. 회사가 밝힌 계획대로 전화국 이전, 축소 등으로 유휴부동산 활용이 적절하게 이뤄지면 기업가치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

KT의 숨겨진 자산가치 중 하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과거보다 활용가치가 떨어져버린 구리선이다. 과거에는 구리선이 영업을 위한 핵심자산이었으나, 지금은 광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신형 광케이블이 급속하게 구리선을 대체하고 있다. KT는 현재 45만톤 정도의 구리선을 여기 저기에 묻어뒀는데, 장부가는 2,200억원에 불과한데 비해 그간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로 구리시세가 워낙 올라 현재 가격을 반영한 실제 가치는 3조 5,000억원에 이른다. KT는 이 사실을 간파하고 용도가 폐기되거나 기능이 중복되는 구리선을 매각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KT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너무 늦게 시작한 LTE서비스다. 2011년 상반기만 해도 KT의 눈에 LTE시장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차세대 서비스일 뿐이었지만 예상 외로 LTE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었다. KT는 이를 뻔히 보면서도 2G 종료 문제로 발이 묶이는 바람에 LTE를 수요하는 상당수의 고객들을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로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는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4월말까지 전국망 구축이 완료 짓게 되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겠지만 초반에 밀린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다시 확대할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계속 LTE에서 밀릴 경우 LG유플러스가 3G 도입기에 당했던 굴욕과 수익성 악화가 바로 KT 자신의 일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등장시킨 워프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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