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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간 그녀, 실망한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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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다를 게 없다"
카페 주인들 "신간 사야하는데 회전율 낮아 고민"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북카페라고 가봤지만 솔직히 별 거 없던데요."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주말을 맞아 요즘 '핫하다'고 소문난 홍대 인근의 한 북카페를 찾았다. 한잔에 6000원이나 하는 커피 가격이 좀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들과 창가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봄햇살 덕분에 모처럼 독서삼매경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게 웬일.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앉아 읽고 있다 보니 자꾸만 옆 테이블이 신경 쓰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카페 안엔 데이트를 즐기는 듯한 남녀 커플과 삼삼오오 모여 앉은 여대생들이 대부분. 이따금 혼자 온 사람들도 눈에 띄긴 했지만 의외로 큰 음악 소리와 여기저기 들려오는 수다 소리는 여느 커피숍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조용할 줄 알았는데'라는 실망감에 반도 채 읽지 못한 책을 두고 서둘러 자리를 떠야만 했다.

'독서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다'는 콘셉트의 '북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서비스나 분위기가 제각각이다 못해 일반 카페와 다를 게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오히려 북카페라는 이름을 앞세워 소위 '자릿세' 명목으로 커피나 음료 값을 비싸게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말그대로 '북카페'의 기능에 충실한 매장의 경우 회전율이 낮고 여러 종류의 책을 구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운영상의 어려움마저 토로하고 있다.

지난 7일 카페와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홍대 앞 한 북카페. 이곳에 들어서자 사방에 붙여진 방명록들과 깜찍한 소품 장식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카페 내부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큼 아기자기하고 예쁜 인테리어와 적당히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졌다.

커피와 음료, 간단한 디저트 등 메뉴 가격은 인근 여느 카페에 비하면 최고 2배 가량 비싼 편. 한잔에 8000원 짜리 음료도 있지만 주말이면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종업원 안모(23·여)씨는 "카페 분위기 탓인지 솔직히 커플 손님들이 많이 오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러 오는 손님은 많지 않다"며 "그래도 한 번 들어온 손님들이 꽤 오래 머무는 편이라 회전율이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메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근의 또 다른 북카페는 '도서관 스타일'을 고수하는 곳. 학교나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책상과 의자들을 들여놓고 벽마다 설치된 책장에는 바코드가 붙은 책들이 분야별로 정리돼 원하는 책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 북카페 역시 메뉴별 가격은 5000~7000원대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은 리필이 가능하다. 다른 곳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다 보니 누군가 시끄럽게 했다가는 손님들이 알아서 주의를 주고 스스로도 조심한다. 하지만 '카페'를 '도서관'으로 착각이라도 한듯 하루종일 머무는 손님까지 있어 주인은 내심 괴로운 형편이다.

북카페 직원 김모(27·여)씨는 "아침에 와서 하루 종일 계시다 가는 손님도 있는 걸 감안하면 음료 가격은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며 "공부하다 소지품으로 자리를 맡아놓은 채 외출하고 다시 돌아오는 손님들도 꽤 있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스타일의 북카페이든 계속 새로운 책을 구비해야 하고 도난 사고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된 어려움으로 꼽혔다.

한 북카페 대표는 "책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프린터(출력) 서비스를 공짜로 해달라고 하거나 빌려준 마우스나 키보드, 휴대폰충전기를 그대로 가져가 버리는 얌체 손님들도 있다"며 "보다 못해 일년 전쯤 CCTV를 달긴 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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