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주식talk⑨] 2000년 초반 증권사 객장 풍경 흥미롭네
역전에 산다(2003, 한국)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2003년을 살아가는 강승완은 증권사 영업사원이다. 승완은 하루하루 고객들의 항의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그가 고객들에게 추천한 '파워소프트‘라는 IT업체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승완은 한 때 주니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천재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아버지의 강압적인 훈련 방식과 주변의 부담스런 기대에 성인무대에서 실패한다. 그리고 증권사를 택했지만 이제는 파산 직전의 영업사원으로 전락한다.
영화 ‘역전에 산다’에서 주식은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부수적인 소재로 사용된다. 승완이 고객들에게 시달리는 장면, 큰 손 아주머니를 고객을 모시기 위해 춤까지 배우러 나서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금과 증권가 풍경은 많이 달라졌지만 영화 속 모습은 2000년대 초 당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전형적인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또 몇 몇 이름들은 실명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주인공 승완이 다니는 증권사인 ‘동원증권’은 실제 존재했던 증권사 사명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동원증권은 당시 증권맨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 있었고, 동원증권 출신이 지금도 업계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
서울은행이 1968년 설립한 동원증권은 이후 은행 출자로 대형화 된 뒤, 1982년 동원산업에 인수됐다. 1996년 동원그룹 출범으로 동원증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2005년 한국투자증권에 편입됐다.
‘파워소프트’라는 종목은 실제로 상장된 기업이 아닌 허구지만 2000년대 초반 IT버블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1995년부터 2000대 초까지 IT버블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자본 벤처기업의 대부분이 IT업종에서 출현하면서 ‘벤처=IT’라는 공식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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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버블이라고도 불렸던 IT버블은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주식 시장이 지분 가격의 급속한 상승을 본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친 거품 경제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익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기업들이 닷컴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 단 몇 개월만에 수십배 상승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를 거듭하다가 상장폐지의 길을 걸었다.
주가가 떨어지자 증권사 영업사원 전화에 불이 나는 장면은 현재도 비슷하다. 다만 지금은 인터넷이 대중화 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직접 거래하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스마트폰 이용고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화주문은 전체 거래에 10% 미만을 차지할 만큼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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