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이유있는 'EU病'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재정위기에 신음하고 있는 유럽은 과연 탈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2009년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에 이르러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적확한 타개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이 해체되고 세계 '대공황'이 올 것이라는 불길한 시나리오마저 부상하고 있다.과연 미래는 있을까.
◆유럽 위기, 왜 시작됐을까.='유로의 미래를 말하다(조지 소로스 지음)'는 헤지펀드의 귀재 소로스가 2008년부터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기고한 칼럼들을 차례대로 정리한 책이다. 소로스는 이 책에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유럽 재정위기까지 4년간 계속해온 '위기'를 분석한다.
2008년 리먼 파산을 전후한 미국 정부의 정책 대응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독자의 시선은 계속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쏠린다. 소로스는 유로존이 처음부터 위기의 가능성을 내재한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다. 시발점은 1991년 유럽공동체(EC)가 조인한 마스트리흐트 조약이다. 이 조약에서 유럽은 1999년 단일통화인 유로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지만 단일 재무기관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세금을 걷고 예산을 책정하는 등 재정정책은 17개 국가가 알아서 하도록 방치했다.
그런데도 조약이 유지될 것이라는 유로존의 낙관은 2009년 깨졌다. 마스트리흐트 조약은 가입국에 연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2009년 10월 당선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정부는 그 해 예산 적자가 12.7%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발표해 유럽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유럽은 그리스 사태를 조기 진화하는 데 실패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독일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각국의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위기는 마스트리흐트 조약의 모순이 극대화돼 나타난 것이다. 소로스는 "유로존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이 규정한 기준이 시행되도록 감독할 적절한 시행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하나의 유럽만이 해결책이다"=유로존의 구조적 모순은 '이중 속도의 유럽 통합(Two-speed Europe)'현상을 낳았다. 채무 국가는 채무 부담으로 고전하고, 흑자 국가는 더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은 자금을 빌려 준 채권 국가인 독일은 오히려 유로존 위기의 수혜자가 되어 환율을 억제하고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소로스가 가장 경계한 것은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존의 해체다. 그는 "유로화는 이미 존재하며 유로화가 폐기될 경우 은행 체제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 줄 것이다(175쪽)"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현 상황이 '서유럽 통일주의', 즉 유럽 전체 차원의 공동 해결책으로만 돌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유럽 공통의 재무기관 창설이다. 당장은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로존 재무기관의 역할을 맡되 차후 새로운 조약으로 더 강력한 중앙재무기관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자본을 확충하고 유로화 채권(eurobond)을 도입하는 것 역시 분열된 경제권을 통합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그리스 같은 국가가 안전한 디폴트 과정을 밟고 유로존에서 일시 탈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결과적으로는 유로존의 존속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소로스는 이러한 재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국가로 독일을 지목한다.그는 "유럽연합(EU)에서 규모와 신용등급 면에서 가장 앞선 경제 대국으로서 유럽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입지에 놓인 독일을 중심으로 진지한 논의와 성찰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117쪽)."라고 지적한다. 그는 "유로화가 침몰하면 전세계 금융당국이 나서더라도 해결 불가능한 수준의 은행 위기가 발생한다"면서 "독일이 해결을 미룰수록 부담 비용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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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순서대로 정리된 칼럼은 위기상황이 심화될수록 더욱 급박한 분위기를 띈다. 지난해 10월 25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유로존을 구하기 위한 7단계 전략'은 소로스의 '성명서'에 가깝다.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과 더불어 해결책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소로스의 강경한 통찰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조지 소로스 지음/하창희 옮김/지식트리/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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