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세습엔 거품무는 의원님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등하불명(燈下不明). 요즘 정치권 일부에 어울리는 단어다. 남의 허물은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로하지만 자신들의 허물은 보지 못한다. 북한 권력의 3대 세습이나 재벌들의 부의 세습에 대해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지역구를 세습하려고 한다. 이른바 족벌정치(族閥政治)다.
영남 지역에서 눈에 띄는 지역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이다. 박 위원장의 지역구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어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바로 구성재(51) 한나라당 예비후보다.
구 예비후보의 경우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학교도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다녔다.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한 그는 부친이 대구 달성 출신이라는 것 외엔 대구와 관련이 없다. 몇 해 전 대구취재본부장을 맡더니 2011년 하반기부터 재경달성향우회 이사와 대구검도회 회장을 맡았다. 이러한 행보때문에 작심하고 아버지의 후광을 노렸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구 세습의 더 큰 문제는 공천 과정에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수도권이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지역구의 예비후보는 구 예비후보 한명 뿐이다. 영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한명 뿐인 경우는 이례적이다.
정치인 2세라고 해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정치인 2세들은 자신들을 단순히 2세로만 보지 말고 개인의 노력을 살펴봐 달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구 예비후보처럼 작심하고 부친의 지역구를 세습받는 경우는 지역구민들에게도 다소 당황스럽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세가 아버지 지역에서 '안전빵'으로 정치하겠다는 게 아니냐"며 "봉건 영주 시대도 아니고 아버지 지역구를 물려받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습의 전통이 강한 곳은 일본이다. 젊은 정치인 뒤엔 으레 아버지가 버티고 있어 족벌정치란 비판이 거세다. 그런 세습 정치를 '정치 명문가'로 인식하도록 전환시킨 것이 정치 엘리트 스쿨 '마쓰시타 정경숙(政經塾)'이다. 1979년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키우겠다며 설립해 청년들을 받아들였다. 졸업생 중 절반 가량이 정계에 진출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차기 총리 후보 마에하라 세이지도 마쓰시타 출신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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