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주명 논설위원]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선거의 해'인 새해는 흥미로울 것 같다. 올해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가 선거전에 뛰어들까, 그래서 대통령이나 킹 메이커가 될까, 박근혜가 요지부동한 기본 지지층을 바탕으로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대통령이 될까 하는 정치판 세력다툼과 승패의 귀추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올해 예열된 복지논쟁과 그에 따른 증세논쟁이 새해에 본격적으로 끓어오를 테고, 유권자들이 두 차례 투표를 통해 민심의 판단을 드러내주리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예상되듯이 여야 정당이 일제히 복지 이슈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를 치른 적이 없다. 학교 무상급식 확대 여부를 놓고 1년 이상 전개된 논쟁이 8월 서울시 주민투표와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확대실시 쪽으로 정리된 것을 계기로 복지 이슈가 최대 선거쟁점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 과정에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는 문제는 빛이 바랬고, 복지 확대론자들에게 퍼부어지던 '포퓰리즘'이라는 욕설도 힘이 빠졌다. 이제는 모두가 복지 확대를 말하고 있다.
그러자 포퓰리즘 시비 대신 부각된 것이 증세논쟁이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강행 처리한 뒤 곧바로 부자증세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나름대로 명민한 이슈 전환이었다. 박근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조세체계의 전면 재검토를 선창하고 나섰다. 증세논쟁은 논리필연적으로 세제논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이슈 확장이다. 이로써 얼마나 설득력 있는 세제개혁안을 내놓느냐가 선거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아직은 여권에서도 야권에서도 그러한 세제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지난 8월에 2013~17년 5년간 연평균 33조원의 복지재원 조달방안을 발표하여 한나라당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원칙적으로 증세를 배제하다 보니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감이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자본이득세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중구난방의 수준이다. 선거관리위원회 해킹사건이 불거진 뒤로는 이 방면의 논의가 아예 중단됐다. 최근 출범한 통합진보당은 통합 전 3당의 복지정책을 어떻게 융합하고 어떤 세제개혁을 추구할지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여야 모두 새해 선거에서 정치적 성과를 거두려면 복지 공약과 그것을 뒷받침할 세제개혁안을 새롭게 다듬어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과거와 달리 새해 선거에서는 실생활과 직결되는 공약들을 비교해볼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이 분야는 지역감정이나 진보 대 보수의 편가르기를 뛰어넘는 합리적 판단의 여지가 넓다. 유권자들 자신의 생활감각과 보편적 상식이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참말을 하는지를 판단하게 해줄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될 판별 기준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하나는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리지 않고도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재정구조상 부분적 조정만으로는 요구되는 복지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재정지출 중 복지지출 비율의 획기적 제고를 배제한 복지공약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복지지출을 확대하려면 산업지원과 재정투융자 분야의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지하경제 양성화, 세원 발굴 및 증세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재정 건전성도 확대 균형의 동태적 관점에서 추구돼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처럼 단기간 내 수지균형 달성을 외치며 재정지출을 조세수입에 맞추려고만 해서는 복지 확대는 공염불이다.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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