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2조원 녹색뉴딜펀드' 결국 불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전국 상수도망 정비를 위해 환경부(장관 유영숙)가 야심차게 시작한 '녹색뉴딜펀드' 1호 사업이 첫 발도 내딛지 못하고 주저앉게 됐다. 사업을 진행할 지자체들이 이자부담을 이유로 펀드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28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8월 출범을 목표로 약 1년 전부터 추진해온 2조원 규모의 '녹색뉴딜펀드' 1호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규모를 대폭 줄여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환경부는 최근 사업성 재검토 과정을 통해, 처음에 목표했던 펀드 규모가 너무 커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대상 지자체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환경공단,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해 12월 협약(MOU)을 맺고 녹색사업 분야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인 '녹색뉴딜펀드'를 준비해왔다. '녹색뉴딜펀드'는 1호와 2호로 구분되며, 1호 펀드는 지자체의 상수도망 정비사업에 쓰일 예정이었다. 2호는 폐자원에너지 사업 및 바이오가스 발전 투자 목적이며 현재 사업이 추진중이다.
당초 환경부는 1호 펀드 재원을 태백, 평창, 정선, 영월 등 강원도 4개 지역의 상수도 정비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녹색펀드 대신 다른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태백시와 영월군 관계자는 "펀드 이자 부담이 높아 지난 7월께 펀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단 1%의 추가 금리도 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지방채 금리는 연 3~4% 수준이며, 녹색 뉴딜펀드는 연 6~7%대 금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도망 사업은 사회기반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들과 협의 등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상수도관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고, 1차 사업 대상지인 강원도 4개 지자체의 경우 부채 규모가 엄청나 별도 재원이 필요한 마땅히 해야 할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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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정 확보가 어려운 지자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는 환경부의 설명과는 달리 출발부터 잘못 끼워진 사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펀드 운용사의 관계자는 "펀드시장에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수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러한 펀드의 기본 속성조차 고려하지 않고 영세한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펀드 조성을 했다는 출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성격 자체도 '녹색'과는 무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원 마련 방안이 마땅찮아 묵혀뒀던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녹색성장 구호에 맞춰 실적 만들기에 급급했던 환경부가 준비안된 펀드를 발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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