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기자가 직접 '미성년 여성'이 돼 찾아가본 '스마트폰 채팅' 세상은 이런 우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우선, 스마트폰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마켓 검색창에 '채팅'을 입력해 나온 앱 중에서 '랜* 채팅'을 찾아가 봤다.
이들의 대화패턴은 한결 같았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ㄵ'(남자ㆍ자신의 성별)라고 말한 뒤 상대의 나이를 묻고, "17세"라고 답하자 '특정 신체 부위를 보여 달라', '만나서 즐기자'는 등 노골적인 요구를 쏟아냈다.
이런 사이트는 이곳 말고도 스마트폰 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whos*ere", '1*m', 'Hith*r*' 등은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심한 곳'으로 유명한 앱이다. 이 중에는 '15~17세만 20만원'이라는 제목으로 '미성년자 만남'을 대놓고 주선하는 채팅방이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이런 맹점이 한 때는 '용감한 시민상'을 받았던 영화배우 유모씨(34)가 여고생을 성폭행하는 사태까지 낳았다. 그가 피해 여고생을 알게 된 곳 역시 스마트폰 채팅방이었다.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나 성관계를 한 번 가진 뒤 피해자가 더 이상의 관계를 거부하자 지난달 10일 "얘기만 나누자"며 불러내 서울의 한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것이다.
유씨를 지난 18일 구속기소한 김진숙(사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남녀의 부적절한 만남을 유도하는 '음란성 채팅'이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그 '번식의 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대한 적절한 단속방안, 특히 애플리케이션의 철저한 성인인증 절차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게 김 부장검사의 지적이다.
김 부장검사는 20일 기자와 만나 인터넷이 지금까지 성범죄의 온상이었다고 지적한 뒤 "아직까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뤄진 만남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도 새로운 성범죄를 양산하는 텃밭이 되고 있어 정말 큰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어 "특히 청소년과 장애인이 채팅을 통한 만남에 자주 노출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인증절차를 강화하거나, 미성년자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을 조정하는 등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검사는 또 "청소년 등 미성년자가 부모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사례를 막으려면 유해한 채팅이 이뤄질 때마다 그 내용이 아이디 명의자 본인에게 통지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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