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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역사를 만든 '조선 왕가의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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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1대 왕 영조(왼쪽)의 어진과 그 뒤를 이어 왕이 된 정조(오른쪽)의 어진. 영조와 정조는 한 자리에 앉아 토론식 문답을 많이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조는 왕이 되기 위한 교육, '서연'을 받는 정조에게 서술형 문답을 던지며 정조가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문화재청, 수원화성박물관 제공.

조선 21대 왕 영조(왼쪽)의 어진과 그 뒤를 이어 왕이 된 정조(오른쪽)의 어진. 영조와 정조는 한 자리에 앉아 토론식 문답을 많이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조는 왕이 되기 위한 교육, '서연'을 받는 정조에게 서술형 문답을 던지며 정조가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문화재청, 수원화성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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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지식'과 '동정(同情)'.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조선 왕조의 특별한 공부법. 그 핵심은 이 두 단어에 모두 들어있다.

하루에 3~4번, 정해진 시간에 '소학', '논어' 등을 반복해 외면서 지식을 쌓는 것만큼 왕가의 공부법에서 중시된 건 백성들의 삶을 배우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시간 뒤 이어진 왕이나 신하들과의 토론 시간은 '동정'을 익히는 간접 체험학습이었다.
체코 소설가인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동정'을 다른 사람과 고통, 행복 등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 누구보다 밀란 쿤데라가 말한 '동정'을 배우는 데 열심이었던 조선의 왕들은 그렇게 백성들과 공감할 수 있었고, 또 어진 정치를 할 수 있었다. 모두 '지식'에만 매몰되지 않고 '동정'까지 익히도록 한 조선 왕가의 공부법 덕분이었다. 오늘 지식의 주인공은 바로 조선 왕조 500년을 만든 '조선 왕가의 공부법'이다.

◆왕이 되기 위한 교육 '서연(書筵)'=세자에게 경서 등을 가르쳐 유교적인 소양을 쌓게 하는 교육인 서연(書筵). 왕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서연은 왕의 맏아들이 태어나자마자부터 곧바로 시작됐다.

왕위를 이을 아들이 태어나면 그를 양육하는 관청인 보양청이 설치됐는데, 세자의 나이가 두 세 살일 때는 보통 5~10일에 한 번씩 재상급 관리 등이 찾아와 충효나 인의 같은 단어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세자가 다섯 살이 되면 보양청은 강학청으로 바뀌었고, 수업은 1번에 45분씩 아침, 낮, 저녁 등 3번으로 늘어났다.
서연의 수업 교재로는 주로 '천자문'과 '소학', 부모를 섬기고 타인을 대하는 예의를 다룬 '격몽요결', 왕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고 어떻게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지를 설명한 '대학', 중국의 역사를 담은 '사략' 등이 쓰였다.

수업은 암기와 문답이 골고루 섞여 이뤄졌는데, 세자가 먼저 책을 반복해 왼 다음 조정의 대신이나 왕이 세자와 문답식 대화를 해 배운 것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영조와 정조는 이 토론식 문답을 많이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조는 단답형 대답이 아닌 서술형 대답을 이끌어내는 질문으로 정조의 공부를 도왔다.

◆왕이 된 뒤에도 교육은 계속된다 '경연(經筵)'=세자 때 해야 하는 공부로 서연이 있다면, 왕이 된 뒤에 해야 하는 공부로는 경연(經筵)이 있었다. 경연은 신하가 '논어', '성리대전', '국조보감', '자치통감' 등의 한 구절을 읽은 다음 뜻을 해석하고 논평을 달면 왕이 질문을 하고 다시 신하가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연에선 특히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 등을 의제로 올려 왕과 신하가 토론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중종실록'에 보면 형벌과 사이비 신앙, 돌림병이 심한 감옥 상황, 유통이 어려운 종이 화폐 등에 대한 토론 내용이 적혀 있는데, 이로 미뤄 경연은 수업이자 곧 국사 토론의 장이었던 셈이다.

연산군을 제외한 왕들은 대부분 비슷한 하루 일과를 보냈는데, 원칙적으로는 하루 4번 경연에 참석해야 했다. 5~7시에 일어나 왕실 어른에게 문안 인사를 드린 뒤 참석하는 조강, 점심 식사 뒤 참석하는 주강, 저녁 식사 전에 있는 석강, 다시 문안 인사를 드린 뒤 밤 9~11시에 하는 야대가 바로 그것이다.

경연에 열심이었던 성종은 1469년 열세 살의 나이로 즉위해 1494년 세상을 뜰 때까지 25년 동안 9229번이나 경연에 참석했다. 평균적으로 한 해에 369번 경연에 참석했으니, 매일 한 번은 경연을 치렀다는 얘기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더불어 토론과 서술형 문답으로 동정을 익혔던 서연과 경연, 즉 세자와 왕의 교육법이 조선이 반세기 동안 역사를 이어 갈 수 있었던 힘이 됐다는 게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미다스북스 펴냄)'을 써낸 도현신씨의 설명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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