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빈세 두고 찬반양론 팽팽해
FT 반대 칼럼 VS 로이터통신 찬성 의견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제안한 금융거래세 즉 토빈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투기적인 외환거래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신흥국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처방되던 토빈세가 선진국이라는 유럽에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투자감소 등의 이유로 영원히 폐기해야 할 구상이라는 비판론과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고 최소한의 시장왜곡을 낳으면서도 금융시장 변동을 막을 수 있는 효과있는 대책이라는 긍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다음달 관련세 징수법안을 준비하고 독일과 함께 G20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게 안되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라도 금융거래세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은 18일 두 정상이 제안한 토빈세에 대해 반대론과 찬성론을 실어 ‘해묵은’ 토빈세 논란은 매우 가열되고 있다.
◆“토빈세=버려야할 끔찍한 아이디어”=FT는 18일자 기사와 칼럼을 통해서 금융거래세(토빈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FT는 토빈세를 반대하는 근거로 과거에도 논의가 무산된 점, 정치적 난관과 징수곤란, 세정당국의 협조,금융산업 위축과 투자감소 등을 제시했다.
우선, 토빈세는 과거에도 도입논의가 있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G20 내 다수 국가들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으며, EU 내에서도 금융산업 위축을 염려한 영국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로존 내에서도 토빈세 도입에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는 게 FT의 판단이다.
EU 차원에서 토빈세를 도입하려면 27개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반대하는 나라들이 많으니 도입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어려운 시절에 나올법한 대책이긴 하지만 지지자들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FT는 ‘렉스칼럼’에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세금징수로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음을 끌지만 세금징수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잊지 않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경제조사연구소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금융거래 규모는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 12조3000억 유로의 115배에 이른다. 따라서 0.05%의 토빈세만 물려도 EU는 연간 2150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지난달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규모 1586억 유로를 가볍게 넘는다. 이 때문에 토빈세는 도입만 한다면 유럽 부채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정치인들은 입을 모아왔다.
그러나 FT는 토빈세를 징수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 모두가 토빈세 부과에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과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든 국가가 도입하지 않을 경우 토빈세가 없는 나라에서 금융거래를 할 경우 이득을 보는 만큼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독일이 17일 영국이 빠져 독일이 불리한 위치에 있어서는 안된다며 토빈세가 모든 EU 회원국들에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금융거래에서 해악적인 투기와 위험감수, 유동성 보강 등의 긍정적 거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토빈세가 도입되면 거래부진으로 수익이 떨어진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합병에 나설 수 있다. FT는 은행이 이미 규제하기 힘들 정도로 덩치가 커진 만큼 은행업계 합병이 추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서 토빈세를 반대했다.
FT는 EU가 어떤 세제를 도입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토빈세라면 영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도 양국 정상의 토빈세 도입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그는 경제전문 채널 CNBC인터뷰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믿었던 금융거래세가 부활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금융거래세 도입은 유로존 내 은행들의 수익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빈세, 최소비용으로 시장 효율성 높인다”=마크 토마 미국 오리건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토빈세 찬성론자이다. 그는 18일 로이터통신 오피니언란에 ‘금융거래세는 훌륭하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토빈세가 최소비용으로 투자활동을 최소한 왜곡시키면서도 금융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금융거래세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금융거래세는 단기 투기 의욕을 꺾겠지만 투기의 많은 부분도 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투기 때문에 돈이 승자와 패자 사이에서 돌고 돌며, 세제를 통해서 투기활동을 못하게 하더라도 기업의 장기 투자 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컴퓨터를 이용한 단타매매는 줄어들겠지만 그게 줄어든다고 해서 장기투자에 무슨 영향을 주겠는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토마교수는 금융거래세가 오히려 금융시장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이익을 좇다보면 차입을 늘리게 마련이고 금융위기가 닥쳐와 특정 기업이 차입을 급격하게 줄인다면 경제에 지장을 줄 것”이라면서 “비용이 차입을 하기로 한 사람에게만 떨어진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이번 위기에서 목격하고 있듯이 비용은 매우 크며,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기업이나 개인의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의사결정의 비용을 기업 흡수하는 한 토빈세는 금융시장의 효율을 방해하기보다는 개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곳으로 옮겨 금융거래세를 피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거래가 대부분 집중된 거래소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추적과 과세가 크게 어렵지 않은 만큼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토마 교수는 미국이 이를 뒤따른다면 아무다 최소한의 왜곡으로 연간 수천억 달러의 세수를 거두고 탈세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끝으로 “금융거래세는 장기 투자활동에 대한 최소한의 왜곡으로 상당한 세수를 거둘 수 있다”면서 “그것은 기업에 투기행위의 모든 대가를 치르도록 함으로써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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